ADVERTISEMENT

[박태균식품의약전문기자의Food&Med] GMO 식품 용어부터 통일해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21면

 올 5월 식용 GMO 옥수수가 수입되면서 한동안 잠잠했던 GMO 찬반 논란이 재점화됐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최근 GMO 표시제를 확대키로 했다. 과거엔 옥수수기름·콩기름·간장·전분당 등은 GMO 표시대상이 아니었으나 앞으론 예외없이 표시토록 한 것이다.

식약청의 GMO 표시 확대 명분은 소비자의 알 권리 충족이다. 문제는 현 상황에선 GMO 표시 확대가 소비자에게 상당한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알 권리’를 가졌지만 GMO를 잘 알지 못해서다. 일반 작물·식품을 선택하자니 가격이 부담스럽고 GMO를 구입하자니 왠지 찜찜한 느낌이 들 것이다. 따라서 이제라도 정부·소비자단체·기업·미디어·전문가 모두가 소비자에게 GMO에 대한 바른 정보를 제공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

소비자가 GMO를 이해하는 데 큰 걸림돌이 용어다. 우리말 번역이 찬반 입장에 따라 유전자재조합·유전자변형·유전자조작으로 달리 표현되는 것이다. 식품위생법에선 유전자재조합, 농산물품질관리법에선 유전자변형이라 부른다. 미디어에서도 세 용어가 혼용된다. 유전자재조합과 유전자조작이 별개의 것으로 알고 있는 소비자가 많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용어도 통일하지 않은 채 GMO를 바로 알린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조작·재조합 등 용어가 GMO에 대한 선입견을 심어주기 때문이다.

16일 한국편집인협회 주관으로 강원도 속초에서 열린 ‘논설위원·전문기자 세미나’(주제 ‘GMO 식품의 안전성, 어떻게 볼 것인가?)에서도 용어 문제가 집중 거론됐다. GMO를 유전자변형으로 표기하자는 의견이 대세였다. 언론부터 통일된 용어를 사용하자는 데 이견이 없었다.

GMO는 효능·안전성·경제성·표기 범위 등 네 가지 영역에서 찬반 양측이 서로 양보없는 대치를 보인다.

찬성 쪽이 “GMO 개발·도입이 곡물 생산량을 늘리고, 농약 사용량을 줄여준다”고 주장하면 반대 쪽이 “별 실익은 없다”고 반박하는 것이 GMO 효능 논란이다. 이는 우리에게 당장의 현안은 아니다. 국내에선 GMO가 생산·재배되지 않아서다. 소비자의 우려와 관심이 가장 큰 것은 안전성이다.

그러나 이 논쟁은 전문가들이 몇 년을 토론해도 결론을 내지 못할 게 뻔하다. “1996년 이후 지금까지 52개국 44억 명이 먹어왔으며 어떤 건강상 피해도 없었다”는 찬성 쪽과 “GMO를 장기간 섭취했을 때 안전하다는 증거를 대라”는 반대 쪽의 일방적인 목소리만 있을 뿐이다.

경제성은 GMO 곡물 대신 일반 곡물을 수입하거나 섭취하기 위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비용 문제다. 만약 GMO가 안전하지 않다고 여긴다면 경제성은 따질 필요도 없다. 값을 더 지불하고라도 일반 곡물을 구입해야 한다. GMO가 안전하다고 믿는다면 가격이 싼 것을 선택하는 것이 맞다.

표시 문제는 경제성과 연관돼 있다. 우리 정부가 GMO 표시의무 대상을 확대하면 국제 곡물시장에서 상대적으로 비싼 일반 콩·옥수수를 수입하는 회사가 크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 GMO에 대한 국내 소비자의 이해가 아직 부족한 상태에서 GMO 표시를 붙인 콩기름은 시장에서 외면받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옥수수·콩 관련식품의 가격이 상당히 오를 게 분명해 보인다. 이제는 GMO의 안전성·경제성에 대해 소비자 모두가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때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