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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인헬기 전송 좌표로 NLOS-C가 50km 밖서 포격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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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호 20면

1. 비가시선 자주포 NLOS-C 영국의 세계적인 방산업체 BAE시스템사가 개발한 155㎜ 자주포. GPS 유도 스마트 포탄 ‘엑스캘리버’를 사용한다. 2.무인다기능차량 MULE 무인이며 전투장비를 수송한다. 원격조종도 되고 GPS를 입력하면 알아서 목표를 찾아간다. 3.무인미사일발사기 NLOS-LS 박스형 미사일 발사체로 전장 곳곳에 은닉해 원격조종으로 발사한다.

● 가상 장면 1=미군의 미래전투시스템(FCS)이 마무리된 2032년 겨울 아시아의 한 반미국가. 돌연 국지전이 벌어졌다. 미군의 제17전투여단과 적군이 전투 모드로 대치했다. FCS 체제로 전환된 17여단 보병전투차량(ICV)들은 적군의 러시아제 T-계열 탱크들과 서로를 노려봤다. 산악 지형에 눈까지 내려 가시거리 제로였다.

탐지와 전개 Detection-Projection

그러나 전투지휘차량(C2V)으로 이동하는 1대대 전투 지휘소는 침착했다. 차내 컴퓨터에는 미군의 모든 정찰 장비로부터 들어오는 정보가 수시로 떴다. 여단본부와도 내부 인터넷망을 통해 소통했다. 스크린의 GPS 유도에 따라 화면에는 적군과 아군의 배치가 분명히 나타났다.

지휘관의 화면은 더 복잡했다. 군사위성이 전송한 실시간 적군 부대 배치 사진이 나타났다. 여단 작전 본부도 봤다. 더 자세히 상황을 살필 필요가 있었다. 여단본부는 노스롭 그루먼사가 개발한 class-VI 무인헬기(UAV)를 띄웠다. 파이어 스카우트로 불리는 헬기는 200㎞ 거리에서 8시간씩 작전한다.

헬기는 적 진영 상공에서 정확한 영상과 좌표를 보내왔다. 본부는 여단 포병 대대에 사격 지시를 했다. 비가시선 자주포인 155㎜ NLOS-C가 불을 뿜었다. 차세대 자주포인 NLOS-C는 동일 구경 팔라딘보다 네 배 빠르게 사격이 가능하다. 이 포에 사용되는 포탄 엑스캘리버는 발사 후 날개가 펴지면서 입력된 GPS의 유도로 목표물을 파괴했다. 사격거리는 50㎞지만 오차는 10m 이내다.

제조사인 BAE시스템이 2008년 공개한 동영상에 따르면 팔라딘이 여섯 발을 쏠 때 NLOS-C는 24발을 쐈다. 2008년 다섯 개를 시작으로 본격 제작된 NLOS-C는 승무원도 두 명으로 모든 게 자동화돼 있었다.

무인 미사일 발사기 NLOS-LS도 동원됐다. 상자처럼 생긴 발사기를 적당한 지점에 은닉시켜 놓은 뒤 필요할 때 원격조종하면 장착된 미사일이 발사된다. 적군부대는 초토화됐다. 이 장면을 본부와 C2V 지휘소는 컴퓨터 화면으로, 개개 병사는 헬멧 부착 모니터로 지켜봤다.

여단본부는 1대대에 진격을 지시했다. 건물이 나타났다. 병사들은 하차하지 않았다. 대신 어깨에 메는 크기의 로봇(iRobot)을 건물 안으로 던졌다. 몸을 뒤쳐 자세를 잡아 계단을 오른 로봇은 영상을 보내왔다. 민간인들이었다. 대대는 지나쳤다. 한참 전진하던 ICV 행렬이 교량을 건너는 도중 포탄이 날아왔다. 2중대 2소대 ICV가 맞았다. 개개 차량에 감지기가 있어 현장 지휘소는 피해 정도를 즉각 파악했다. 그러나 적의 위치는 파악되지 않았다.

현장 C2V는 지원 중대에 무인다기능짐차(MULE)를 투입하게 했다. 바퀴 여섯 개인 MULE은 말하자면 짐을 싣는 노새다. 적진영군 교량을 건너는 MULE을 쏘자 위치가 노출됐다. 더 자세하게 파악하기 위해 최전방의 2중대 2소대는 class-I급 무인 정찰체를 띄웠다. 상자 모양을 한 이 정찰체는 8㎞ 범위 내에 한 시간 동안 체공한다. 무인헬기도 다시 띄웠다. 정확한 좌표로 ICV는 40㎜포를 쐈다. 부대는 전진을 계속했다(이상 가상 장면은 보잉사의 인터넷 동화상을 토대로 재구성).

2003년 이라크 전쟁 때는 달랐다. 이라크에 투입된 3사단 1여단 2-7 중대의 M1탱크와 M2전투차량은 시속 60㎞로 3일간 사막을 질주했지만 이라크군 본대 앞에서 멈췄다. 위성과 정찰기가 정찰하고 공습하고, 멀리서 다연장포가 장거리 사격을 하는 것을 기다려야 했다. 병사들은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다. 진격 명령은 상황을 모르는 가운데 느닷없이 떨어졌고, 다시 민병대의 공격으로 가다 서다를 반복했다.

나시리야에서는 곤욕을 치렀다. 이라크 특수부대 페다인은 제1해병 신속 배치군을 강타했다. 아파치 헬기가 지원 사격을 받는 과정에서 오인 사격으로 해병대는 피해를 봤다. 육군 507 정비 중대는 나시리야에서 길을 잃고 여군 제시카 일병이 납치됐다. 하늘을 뒤덮은 모래폭풍으로 꼼짝 못했다. 당시 육군 지상군 책임자였던 윌리엄 월레스 소장은 “적들은 워-게임에서 보던 사람들이 아니었다. 완전 달랐다”고 했다. 완전히 달라진 적으로 인해 2008년 4월 현재 미군의 이라크전 사상자는 4058명이나 됐다. 미래전에 등장할 ‘통합 네트워크’가 이때 가동됐다면 발생하지 않았을 사태다.

로버트 스케일스 예비역 중장은 “미군 병사들이 이라크에서 원시적인 무기에 죽었다. 근접 전투에서 비율이 7 대 1이 됐다.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이라고 개탄했다.

● 가상 장면 2=2035년 중앙아시아가 화약고로 등장했다. 10여 년 전 부패한 정권을 반군 세력들이 무너뜨리고 집권한 뒤 오일 머니로 무장을 시작했다. 반군 세력은 중앙아시아동맹(CAF)을 만들었다. 러시아제 첨단무기를 사들이고 주변 국가를 침략하기 시작했다. 미군은 개입을 결정했다. 유럽과 미국에 주둔해 있던 15개 FCS 전투 여단에 출동 명령을 내렸다.

4일 만에 제74 전투 여단이 현지에 선발대로 도착했다. 이어 한 달 내에 10개 전투 여단이 배치됐다. 과거 다섯 개 사단을 능가하는 화력이 한 달 내에 배치 완료한 것이다. 놀란 CAF 군사력은 발길을 돌렸다.

중무장 핵심 공격 무기인 탱크의 경량화가 신속한 수송의 핵심 요소였다. 2005년 말 미군에는 M1 5300대, M2 6400대, 장갑차로 불리는 M113이 1만6000대 있었다. 155㎜ 팔라딘 자주포는 1400대였다. 전체적으로 노후 장비였다. M113은 1960년대에 도입됐고, M1과 M2는 20년 앞섰지만 2005년엔 10~13년 노후화된 것이었다. 2011년에는 1만4500대가 퇴역됐다. 새로운 전투차량의 배치가 시급했다. FCS의 중무장-경량화 전투차량은 2018년 500대로 시작, 꾸준히 공급돼 2038년 모두 FCS 차량으로 대체됐다.

경량화-자동화를 통해 필요 병력 수가 줄었고, 보급 규모도 축소됐다. 그 결과 FCS 전투 여단은 현재 중무장 여단보다 세 배 이상의 고도 작전 템포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과거 ‘두 시간 운행-한 시간 점검’ 즉 2 대 1이 ‘20 대 1’로 개량됐다. 결과 이동이 쉬워졌고 군수 부담도 줄었다. 정비 인력은 60% 축소됐고 장비 규모도 줄어 연료 소비도 30~50% 줄었다. 그 결과 해외 원정이 더 쉬워진 것이다. 경량화로 장갑 기능은 다소 약화됐지만 네트워크의 도움으로 전투 현장에서 기동성이 배가되면서 전체적으로는 기능이 대폭 향상된 것이다.

엔진도 하이브리드 방식이 돼 디젤엔진이 만들어내던 엄청난 소음이 사라졌고 속도도 M1의 60㎞보다 30㎞ 빨라졌다. 그에 따라 경량화된 탱크의 기습력이 훨씬 높아졌다.
한 달 만의 신속 배치는 이라크 전쟁 당시는 꿈도 꾸지 못했다. 2001년 11월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도널드 럼즈펠드 장관에게 이라크 정권 제거 계획 수립을 지시한 뒤 파견 규모와 일정은 1년이 넘는 논의 끝에 확정됐다. 핵심에는 작계 1003-98에 포함된 세 개 군단의 지상군을 파견할 것인가. 공군의 역할은 어떻게 할 것인가 하는 것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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