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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책갈피] 과학 + 인문학으로 풀어낸 뇌의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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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뇌, 생각의 출현
박문호 지음, 휴머니스트, 504쪽, 2만5000원

 우주와 물질의 탄생에서 생명과 신경세포의 진화를 거쳐 뇌의 분화와 발달, 그 기능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제대로 설명하려 한 야심적인 기획서다.

책의 특징은 크게 두 가지다. 첫째, 생물학, 입자물리학,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 등 자연과학 전반에대한 방대한 지식을 철학적 인문학적 사유와 결합하려 시도했다. 20장에서 뇌와 초월의식을 다룬 대목이 대표적 예다. 깊은 명상단계에 들어간 사람들은 “천지와 내가 하나가 되었다”는 느낌을 갖는다. 뇌의 두정엽으로 입력되는 자아 감각과 공간 지각이 실제로 차단된다는 사실은 의학적으로 확인됐다.

즉, 의식의 내용을 이루는 생각, 언어, 감각이 모두 사라지고 순수한 의식 상태만 남는다는 것이다. 이것은 ‘변하지 않는 참다운 자아는 실재하지 않는다’는 불교의 제법무아의 사상과 일치한다고 한다.

둘째, 설명하려는 과학적 실체의 핵심을 정면으로 다뤘다.

예컨대 인체 내 에너지 활동의 근원인 ATP가 실제로 생성, 처리되는 과정, 아이슈타인의 중력장 방정식의 미분 과정을 그대로 써놓았다. 이 같은 서술의 장점은 무엇이 핵심인지를 알고, 궁금하면 더욱 공부할 수 있는 출발점을 제공한다는 점이다. 이것은 또한 약점으로도 작용한다.

딱딱한 전문 용어가 수없이 등장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이 책은 대중을 위한 교양과학서라기 보다는 상당한 과학적 소양을 갖춘 지식층을 위한 학습용 교과서의 성격을 지닌다.

저자는 한국 전자통신연구원의 책임 연구원인 백문호 박사. 그는 “자연과 인간을 총체적으로 이해하려면 다양한 분야에 대한 학습독서가 필수”라며 “자연과학을 아는 오피니언 리더가 많아야 경쟁력 있는 나라를 만들 수 있다”고 강조한다. 백 박사는 학습하는 자세로 책을 읽는 백북스 학습공동체(WWW.100books.kr)의 공동위원장이기도 하다. 이 책은 불교TV에서 2007년 4~10월 진행한 28회의 강의를 근간으로 씌어졌다.

조현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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