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인물 '잘못된 신화'밝힌 두권 출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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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세월』『등대』등으로 유명한 영국의 여류소설가 버지니아 울프.그녀는 죽음의 형태로 자살을 선택했다는 사실 때문에 사후에 더욱 유명해졌다.그녀는 1941년 집 근처의 강에서 커다란 돌을 코트 주머니에 넣은 채 발견됐다.그녀가 마지막 남긴 글귀에는 『또다시 미쳐버릴 것같다.이번에는 회복도 불가능할 것같은 예감이다』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보통사람이었다면 심각한 질병으로 통했을 조울증이 울프에게는 오히려 천재성의 원천으로 해석되기도 한다.다른 많은 철학자와 예술가의 기행도 마찬가지다.과연 그럴까.광주교육대 강성률교수가철학자 1백인의 에피소드를 묶은 『2500년간의 고독과 자유』(푸른솔刊)와 말콤 포브스의 『잘난 부모의 자식들』(권태경 옮김.동연刊)을 보면 천재들도 보통사람과 별로 다를게 없다.다만후세사람들이 그렇게 신화를 만들어냈을 뿐이다.
『2500년간의 고독과 자유』에서는 동서양 철학자들이,『잘난부모의 자식들』에서는 자식들의 입을 통해서 에디슨.아인슈타인.
바흐.밀턴.톨스토이.루소.아우구스티누스등 역사인물이 보통사람으로 돌아온다.특히 『잘난 부모의 자식들』의 경우 역사인물의 자녀교육을 서로 비교함으로써 바람직한 자녀교육의 방향까지 잡게 만드는 강점을 지니고 있다.
두책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인물을 서로 비교하면 더욱 흥미롭다.『2500년간…』에 나타나는 교육이론가 루소의 『참회록』에는 파리에서 만난 여인과의 사이에 태어난 자녀 5명을 모조리 고아원에 맡겼다고 적혀 있다.지금도 교육학의 필독 서로 읽히는『에밀』의 저자라는 명성에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행위다.
포브스가 쓴 루소편에는 『에밀』이 인용된다.『이 세상의 그 어떤 평판도 아버지에게 아이를 기르며 지켜야할 의무를 면제시켜주지는 않는다.』 자식을 버리고도 이런 글을 쓸 수 있었던 루소를 어떻게 풀이해야 할까.
공자의 경우 알려진대로 아내가 그의 까다로운 성격을 이기지 못해 집을 뛰쳐나갔다는 설이 공통적으로 소개된다.『논어』에도 부인에 대해서는 결혼한지 1년만에 아들을 낳았다는 기록밖에 없다.「여자는 소인배와 같다」「여자는 다■기 어렵다 」는 그의 평소 여성관으로 미뤄 짐작해봐도 그가 부인을 어떻게 대했을지 대충 감이 잡힌다.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버트런드 러셀.그가 이 상을 수상하게 된자유주의사상은 어쩌면 방탕한 사생활의 덕인지도 모른다.그가 80세의 고령에 마흔살 차이가 나는 네번째 부인을 맞았다는 사실은 우리가 알고 있는 러셀의 이미지에서 크게 벗 어난다.
『2500년간…』에 나타나는 고매한 철학자들의 사생활은 어떤가.숭고한 정신적 사랑을 뜻하는 「플라토닉 러브」의 어원이 된플라톤은 아무래도 그런 단어와는 거리가 멀다.
『여자로 태어난 것은 저주임에 틀림없다』는 그의 극언에서도 플라톤에게서 남녀가 동등한 입장의 사랑을 실천했으리라는 기대를갖기는 어렵다.이외에 헤겔은 하숙집 주인여자와 불륜관계를 맺었고 베이컨은 뇌물수수죄로 유죄판결을 받아 런던탑 에 감금되기도했다. 강교수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존재들로 여겨지는 철학자들의 너무도 평범한 면을 소개함으로써 젊은이들에게 그들도 각각의 분야에서 노력만하면 일가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을 안겨주고싶었다』고 집필동기를 밝혔다.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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