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쓰는가정문화>19.외국인 캐넌씨 경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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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훌륭한 아버지는 못되지만 아이들과 시간을 많이 보내려고 노력하죠.아이들의 어린 시절은 다시 오지 않잖아요.아이들과 함께노는 시간도 회사일 하듯 해야해요.』 영국 스코틀랜드투자청 아태지역 부사장 마이클 캐넌(37).그는 3남1녀의 아버지로 지난 7월 3년 근무예정으로 가족들과 함께 한국에 왔다.
요즘 귀가시간은 몇시쯤 되느냐는 질문에 캐넌은 『회사일이 많아 매일 늦는 편이라 가족에게 미안하다』고 대답했다.하지만 정작 그가 집에 도착하는 시간은 대개 오후7시쯤.우리네 평균가정에 비춰보면 「초저녁」인 셈이다.
집에 가서는 자녀들과 레고놀이.전자오락.단어맞히기등을 하면서놀아주고 숙제도 봐준후 아이들 재우는 일까지 챙기는 캐넌이라 오후7시가 늦다고 말하는 그를 이해할만 했다.
한 주의 일정도 아내와 함께 짜기 때문에 갑자기 늦는 일도 없 다. 캐넌은 큰아들 퍼거스(8)군이 다니는 외국인학교 어린이축구팀 코치를 맡고 있다.그래서 주말이면 교회에 갔다온 후 10세된 딸,5세.3세인 아들들과 학교운동장에서 즐거운 시간을보낸다. 『평소 출장이 잦은 편이라 가족과 있는 시간이 더욱 소중하다고 생각해요.한국에 오는 문제로 가족들과 몇달 떨어져 있었는데 그사이 애들의 변화가 얼마나 큰지 몰라요.』 걱정기 서린 얼굴로 『지금은 그 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하는중』이라고 말하는 캐넌을 보며 모든 사고 중심이 가정으로부터 시작된다는 것을 읽을 수 있었다.
스스로의 생활을 스코틀랜드의 보편적인 가장의 생활로 설명하는그는 한국 직장인들 생활에 대해선 『스코틀랜드에서는 상상할 수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회사는 언제나 당신을 해고할 수 있지만 가정은 당신을 해고하지 않습니다.65세가 지나면 당신은 회사로부터 버려지지만 가정은 당신이 아무리 늙고 병들었다 해도 당신을 버리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캐넌의 애정어린 충고다.
담배는 피지 않고 술은 분위기에 따라 적당히 마신다는 캐넌은글래스고대학에서 생리학을 전공했으며 의사인 부인과 현재 서울서대문구연희동에서 살고 있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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