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통신시장 국경은 없어-개방 앞두고 합병.제휴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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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영국의 대표적인 통신업체인 브리티시텔레콤(BT)과 미국 2위의 장거리통신회사 MCI의 지난 3일 전격 합병 발표로 세계 통신업계가 술렁이는 가운데 양사의 합병은 매수액 규모만도 2백억달러(약 16조6천억원)가 넘어 통신업계 최대의 매수합병 사례로 기록될 전망이다.
양사의 합병이 있자 세계 통신업계는 방송에 이어 통신에서도 「국경허물기」가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으며 매수.합병의 배경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특히 98년1월부터 세계무역기구(WTO) 통신협상에 따른 각국의 통신시장 개방이 예정돼 있어 합병 파장은 미.유럽간은 물론 전세계 통신시장 구석구석에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 미국 전신전화(AT&T)가 주도하는 월드파트너스와 미국 스프린트.도이체텔레콤.프랑스텔레콤 연합의 글로벌 원등 다국적 통신회사가 이미 출범했으나 이번 양사의 합병은 차원이 다르다. 월드파트너스나 글로벌 원이 부분적 제휴를 통해 시장확대를 노리고 있는 반면 BT-MCI연합(콘서트)은 뭉쳐진 힘으로미국과 유럽시장을 각각 겨냥하고 있기 때문이다.콘서트는 2000년에 2천6백억달러 규모로 커질 미국 통신시장에 내 년 가을께 공세를 시작할 전망이다.
BT와 MCI의 합병 의욕에 더욱 불을 댕긴 것은 지난 2월의회를 통과한 역사적인 통신법 개정이다.이 법이 발효돼 지역과장거리,방송과 통신의 벽이 허물어짐으로써 통신회사마다 「영토확장」경쟁에 나선 것이다.
미국 지역전화회사인 벨어틀랜틱과 나이넥스가 합병한데 이어 SBC커뮤니케이션과 퍼시픽 텔리시스가 한집안 식구가 됐고 미국 제4위의 장거리전화회사 월드콤은 통신회사 MFS커뮤니케이션스와유유네트를 손에 넣었다.
이에따라 미국의 간판 통신회사인 AT&T등 장거리 통신회사와GTE.벨어틀랜틱-나이넥스등 지역전화회사들은 지금까지의 느슨한제휴관계를 청산하고 BT-MCI연합에 대응,본격적인 세(勢)불리기와 짝짓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한편 AT&T는 일본에서 기존 국제전화요금보다 40%이상 싼콜백서비스를 시작할 예정이고 군소 인터넷 업체들이 폰투폰(phone to phone)방식의 인터넷폰 서비스를 앞다투어 선보이고 있어 국제통신시장은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형국이다.
국내에서는 한국통신이 월드파트너스,데이콤이 BT와의 업무제휴형태로 콘서트에 참여하고 있지만 BT-MCI연합이 아시아 시장에도 눈독을 들이고 일본전신전화(NTT)에 제휴손짓을 보내고 있기 때문에 그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 들은 지적하고있다.
이형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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