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자매 언니 PD.동생 기자로 한 방송국 입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여자라는 이유로 입사시험에서 번번이 밀려났을때 여자로 태어난게 스트레스였지요.어떤 회사의 면접시험에서는 「성적은 되는데여자라서…」란 말까지 들어야 했거든요.』 쌍둥이 자매 이동희(李東姬.25).동애(東愛)씨.동생 동애씨가 지난해 11월 문화방송 보도국 기자로 입사한데 이어 언니 동희씨가 올해 같은 방송사 PD로 합격해 쌍둥이 여성 언론인이 탄생했다.동희씨가 대학졸업 4년만이었고 동애씨도 졸업후 2년간 언론사 시험을 준비한 결과였다.출생에서 직장까지 닮은 꼴이 된 셈이다.일란성 쌍둥이인 둘은 모든 면에서 무척 닮았다.외모만큼 직선적이고 활발한 성격,노래부르기 좋아하는 취미가 닮았고 몸이 아플 때도 같이 앓는단다.어 린시절 꿈도 같았다.경북울진군 후포바닷가가 고향인 둘은 수평선이 보이는 그곳에 앉아 서로 TV프로그램을 만드는 사람이 되자고 약속했던 것.
언론사 입사와는 달리 대학은 동애(고려대 국문과졸)씨가 재수를 했다.그때가 쌍둥이 자매 최대 갈등기(?)였다는게 이들의 얘기. 왜냐하면 대학에 먼저 들어간 동희(고려대 서문학과졸)씨가 대학생활의 즐거움에 젖어 고생하는 동생을 나몰라라 했던 것.믿기지는 않지만 『누구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똑같았던 둘의 외모가 그때 많이 달라졌다』고 이들은 말한다.
대학생이 된 언니는 짐을 챙겨 서울로 떠나버려 둘은 떨어져 살아야 했다.이렇게 「대학생」과 「재수생」으로 벌어져버린 마음의 간격은 대입 1백일을 남기고 격려차 시골로 내려온 언니가 「잘못했다」며 남은 1백일동안 술을 입에도 대지 않는 고행(?)을 감수해 쌍둥이 우애를 겨우 회복했단다.
아직도 첫눈에 구별이 될 정도로 다른 용모를 갖고 있는 이들은 다시 함께 생활하면서 점차 「꼭같은」 선천적 용모로 회복해가고 있는 중이라고 밝히기도.
덕분에 대학생활 이후 지금까지 다른 사람이 「착각」을 일으키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며 웃는다.
『주어진 일에 자신이 생길 때까지,적어도 일의 재미라도 느끼기 전까지 결혼은 생각하지 않겠다』는 이들은 각각 「대기자」(동애씨),「휴먼다큐 프로듀서」(동희씨)로 명성을 날리는게 최대의 소망.이들에게는 대구에 초등학교 교사로 재직중 인 어머니와공무원인 오빠가 있다.
신용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