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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街 "세계 증시 폭락 헤지펀드 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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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뉴욕 증시의 다우지수가 10일(현지시간) 10000선 아래로 밀린 것은 새로운 환경 변화에 대한 투자자들의 서툰 적응을 의미한다. 환경 변화란 떨어지기만 하는 줄 알았던 금리가 올라갈 신호를 강하게 보내고 있는 것이다. 미국도 흔들리지만 미국 외의 국가는 말 그대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동안 미국이 초저금리를 유지함에 따라 유럽.아시아.남미로 외출했던 자금이 다시 미국으로 돌아갈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미국 경기호전이 악재로 작용=미국의 금리인상은 기본적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자신감을 바탕에 깔고 있다. 지난 3월 일자리가 예상보다 훨씬 많은 30만개 늘어난 데 이어 4월에도 28만8000개로 호조를 보이자 금리인상론이 대세로 부상했다. CBS는 10일 '늘어나는 일자리에 시장불안은 심해져'라는 제목의 뉴스를 다뤘다.

그러나 그 뒤에는 유가 상승에 따른 인플레이션 우려가 있다. 이라크와 중동지역의 긴장 고조와 미국의 정유시설 부족 때문에 유가는 올 들어 이미 20% 이상 올랐다.

◇미국 금리인상 언제쯤=로이터통신이 4월 고용지표가 발표된 지난 7일 19명의 채권딜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금리인상 시기를 6월 말로 예측한 응답자가 11명에 달했다.

금리문제를 다루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6월 29~30일로 잡혀 있는데, 바로 이때라는 것이다. 나머지 8명은 8월로 예상했다. 3월 조사 때 7명만이 연내 인상을 예측했던 것과는 큰 차이가 난다.

◇'이번 소동은 헤지펀드 탓'=와코비아증권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로드 스미스는 이번 시장의 동요에 대해 "헤지펀드들이 그동안 유지해 왔던 포트폴리오를 금리인상을 전제로 한발 빠르게 바꾸면서 일어난 소동"이라고 말했다. 헤지펀드를 비롯한 전세계 투기성 자본이 1조달러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되는데, 작은 변화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들의 성향이 시장에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은 그동안 미국에서 낮은 금리로 돈을 빌려 신흥시장 등에 투자했으나 금리인상을 앞두고 방향을 튼 것으로 보인다.

◇예전 같지 않은 그린스펀=금리인상이란 새 환경에 시장이 서툴게 적응하는 데는 앨런 그린스펀 의장이 이끄는 FRB의 판단 착오도 한몫 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3월 16일 그린스펀은 FOMC 회의를 마친 뒤 "여전히 금리인상에 인내심을 가질 것"이라고 밝혔다.

자산관리회사를 경영하는 존 데이비슨은 "그러나 3월의 일자리 통계가 나오면서 시장의 판단은 달라졌다"고 말했다. FRB가 보름 뒤 나올 통계를 제대로 짚고 그 전부터 금리인상을 예고했어야 했다는 얘기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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