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한국의역군들>15.KIST 금속연구부 조영환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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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지난달 15일 전남광양에서는 뜻깊은 행사가 열렸다.연산(年産) 1백80만 규모의 광양제철소 제5고로(高爐)착공식이 열린 것이다.5고로가 완공되는 98년 포항제철은 세계 1위의 철강기업이 된다.
그러나 철강을 비롯한 금속 가공기술은 아직도 선진국 수준을 쫓아가기에 급급한 수준이다.
이처럼 외화내빈(外華內貧)의 우리 금속 가공기술을 세계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고 나선 그룹이 있다.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심재동(沈載東)금속연구부장등 10명의 정예요원이 그들이다.
그중에서도 조영환(曺映煥.35)선임연구원은 전자기 야금기술 개발 연구책임자로 『우리 국력에 비해 떨어지는 금속가공기술을 기필코 정상에 올려놓겠다』는 야심만만한 포부에 차있다.
『철강및 금속산업에서 우리가 우위를 가지는 것은 신형 장치로값싸게 만들기 때문입니다.그러나 부가가치가 높은 특수강이나 신소재 개발은 뒤지는 실정입니다.』 전자기 야금은 철강.동.알루미늄등 금속의 부가가치를 높이는데 필요한 핵심기술.
고부가가치 합금이나 신소재를 만드는데는 교반(攪拌.휘저어 섞기)과 유량(流量)제어.응고(凝固)등의 과정에서 고도의 기술이요구된다.특히 주재료와 각종 부재료를 균일하게 섞는 것이 중요하다.그러나 기존의 불활성 기체를 이용한 거품 휘젓기는 기체의혼입과 거품 노즐부분의 마모등으로 한계가 있다.
『액체상태의 금속은 자력의 영향을 받습니다.노(爐)밖에 전자기 장치를 해 전류를 통하면 플레밍의 법칙에 의해 유도자기장이생겨 혼합물이 골고루 섞이게 됩니다.』 혼합 액체금속을 쏟아 적당한 크기로 만드는 유량제어 과정과 표면의 품질을 높이기 위한 응고 과정 역시 전자기 야금기술의 주요 포인트.액체금속이 흐를 때 직류자기장을 가하면 반대방향으로 생기는 힘을 전자기 브레이크라고 하는데 그것으 로 유량을 정밀하게 제어할 수 있다. 한편 연속주조 과정에서 마치 국수기계처럼 수십가닥의 액체금속 통로를 만들어 거기에 전자기장을 걸면 응고시 표면의 결함을최소화한다.이중 교반부분에서 일부를 제외하고는 아직 세계적으로실용화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중요한 기술이지만 대기업들이 달려들기에는 투자회임기간이 너무 길고 중소기업이 하기엔 벅찬 분야다.
다행히 지난 94년 포항제철이 주도가 돼 전자기 야금연구 협의체가 결성됐다.
서울대.KIST.한국과학기술원(KAIST)과 포항제철등이 참여하는 연구컨소시엄이 그것으로 주로 응고부분을 연구한다.
한편 KIST 2000과제로 교반.유량제어부문까지 하게돼 曺박사는 전자기 야금의 모든 분야를 섭렵하고 있는 셈이다.
『2000년대초 한국을 전자기 야금분야에서 앞서가는 나라로 만들겠습니다.』 서울대공대와 대학원을 나와 세계정상의 재료공학수준을 자랑하는 케임브리지대 재료과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그는 연구와 관련해선 이처럼 활기차게 말하면서도 시간을 뺏겨 면목이 없으니 아내(金利晶.34)의 이름을 꼭 내달라고 통사정(? )하는 자상함도 보였다.
윤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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