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강(霜降), 삶은 돼지고기에 신 김치 드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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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23일은 절기 상 상강(霜降)에 해당하는 날이다. 서리가 내리기 시작한다는 상강을 중심으로 가을 날씨도 본색을 드러낼 것 같다. 기상청 일기예보에 따르면 이번 주가 지나면서 본격적인 추위가 찾아올 전망이다. 서울·경기 지역을 기준으로 할 때 최저온도가 10℃ 이하로 떨어지고 최고온도는 15℃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 될 것이라고 예보했다. 조금만 찬바람이 불어도 기침부터 해대는 아이를 둔 부모라면 본격적으로 아이의 겨울건강을 준비해야 할 때가 바로 지금이다.

상강부턴 피부 닫히면서 감기, 비염 등 오래가
24절기는 옛 농경사회에서 계절의 변화를 알기 위해 태양과 달의 운동을 고려하여 만든 역법이다. 강남 함소아한의원의 박찬국 원장은 “현대에 와서 절기의 중요성이 약해졌지만 절기에 따라 건강관리법이 조금씩 달라지는 만큼 이를 아이의 건강 체크용 달력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자연의 변화와 인간의 변화가 같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상강에 서리가 내리기 시작하는 이유는 낮에 맑은 날씨가 계속되지만 밤에는 기온이 낮아져서 수증기가 지표에서 엉기기 때문이다. 즉 일교차가 커진다는 뜻이다. 또 이때는 나무가 단풍을 만들면서 잎의 수분을 증발시켜 바짝 마르게 하고 나무에서 잎을 떨어뜨린다. 여름내 잎을 통해서 기운을 벌어들인 나무는 이제 더 이상 외부의 기를 받아들일 수가 없기 때문에 동화작용을 멈추고 겨울동안 양분을 저축한다. 사람도 이와 같다는 게 박 원장의 설명이다. 여름동안 피부(주리)가 열리면서 외부와 소통했다면 상강을 지나면서 닫힌다. 따라서 나쁜 기운이 한번 들어오면 몸 밖으로 잘 못나가기 때문에 문에 감기나 비염 등에 걸리면 여름보다 앓는 기간이 길다는 것이다.

영양 풍부하고 따뜻한 성질 식품 취해야
가을, 겨울에 다이어트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외부에서 기(에너지)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아 영양이 풍부한 음식을 많이 먹어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그래야 겨울철 질병도 예방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주리가 다시 열리기 시작하는 봄 건강도 준비할 수 있다. 음식은 골고루 섭취하되 짠맛과 찬 성질의 식품은 피하고, 단백질과 지방 등 영양이 풍부하고 따뜻한 음식을 많이 먹는 게 좋다. 박찬국 원장은 돼지고기 수육과 신 김치를 권했다. “돼지고기를 먹으면 아이들에게 비계를 다 띠고 살코기만 주는 엄마들을 봤다. 하지만 겨울엔 비계까지 함께 먹어 열량을 충분히 섭취하는 게 건강에 바람직하다. 신 맛은 지방의 흡수를 돕기 때문에 신 김치와 함께 먹으면 일석이조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비타민, 미네랄이 풍부한 조, 수수 등의 따뜻한 색의 곡식과 과일, 채소 등도 많이 먹는 게 도움이 된다.

일찍 자고 늦게 일어나라
전통적인 양생법에 따르면 겨울에는 “해가 짧으므로 일찍 자며 해가 뜨는 것을 보고 눈을 뜨되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에도 천천히 일어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낮이 짧고 밤이 긴 계절의 자연 현상에 거스르지 않게 생활하라는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늦게 일어나거나 집에서만 생활하는 것은 좋지 않다. 매일 일정한 시간에 아이를 깨워 나들이나 산책을 즐긴다. 햇볕 좋은 날에는 밖으로 나가 외기욕이나 일광욕을 즐기는 것도 좋다. 찬바람을 적당히 쐬는 것은 피부 저항력을 키워 피부의 면역력을 높여준다.

감기 걸렸다면 초기가 중요
생활 관리를 잘 한다고 해도 면역이 약한 아이들은 쉽게 감기에 걸리게 마련이다. 만약 아이가 으슬으슬 추워하거나 미열이 시작되면 즉시 쉬게 하는 게 좋다. 질환 초기에는 조금만 신경 써도 금세 나을 수 있지만 시간이 지나면 어렵기 때문이다. 열감기엔 폐의 염증을 가라앉히고 열을 내려주는 인동차가 좋다. 목감기엔 모과차가, 코감기엔 감초대추차, 가래가 심할 땐 배․꿀․도라지즙이 좋다. 체질적으로 폐 기운이 약한 아이라면 한약을 먹이는 것도 방법이다. 한방에서의 감기 치료는 단순히 증상만 완화시키는 게 아니라 허약한 부분을 보충하면서 몸 전체의 면역을 높여주는 치료를 하기 때문에 아이 스스로 감기를 이겨낼 수 있는 힘을 길러준다. 단, 반드시 한의사의 처방아래 먹여야 한다.

조인스닷컴 이승철(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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