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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制裁6년아라크를가다>上.월급으로 비누8장 사면 바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유엔의 경제제재에 따른 자급자족의 생활이 벌써 6년2개월째.
이라크 국민들은 과거 오일달러로 흥청대던 풍요로움을 뒤로 한 채 처절한 고통을 강요받고 있었다.그러나 메소포타미아 문명을 꽃피웠던 역사적 자부심과 세계 2위의 석유 매장량 을 갖고 있다는 자신감은 결코 버리지 않고 있었다.「경제제재 6년-이라크를 가다」를 바그다드 현지 취재를 통해 2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註] 경제봉쇄의 고통은 수도 바그다드의 공기를 호흡하면서 곧바로 실감할 수 있었다.모든 민간항공기의 취항이 금지된 상황에서 지난달 22일 GMC밴을 타고 요르단 암만을 떠나사막의 육로를 달리기 꼬박 13시간.눈앞에 드러난 바그다드의 하늘은 시커먼 매연으로 뒤덮여 있었다.
낡을대로 낡은 자동차들의 배기구는 공장 굴뚝을 방불케할 정도의 매연을 뿜어내고 있었다.새 자동차는 물론 수리부품조차 수입할 길이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이라크의 물자부족은 거리 곳곳에 걸려있는 후세인 대통령의 대형 초상화들조차 누렇게 빛이 바랜채 방치돼 있는데서도 상징적으로 읽어볼 수 있었다.
바그다드 중심의 슈하르자 시장.양잿물로 조잡하게 만든 빨랫비누 한장이 1천디나르,분유 한통이 1천5백디나르에 팔리고 있었다.공무원들의 평균 임금 8천디나르(5달러)를 가져야 빨랫비누8장을 사면 그만이다.
물가 급등으로 돈의 가치가 형편없이 떨어지면서 자루에 돈을 가득 넣고 다니는 사람들을 흔히 볼 수 있었다.시장에선 돈을 세어주는 신종 직업이 생겼을 정도다.
기자는 전형적인 중산층 가정을 방문할 기회를 가졌다.바그다드교외 카라다 마을의 아빌라 하만(50)의 집에 들어서자 깨끗한정원이 한눈에 들어왔다.그러나 거실에는 낡은 소파와 컬러TV 한대만이 덩그렇게 놓여 있었다.
주방의 냉장고를 열어보자 겨우 하루정도 먹을 분량의 빵과 양고기가 눈에 띄었다.부인 카알데는 남편의 돈벌이가 변변치 못해지면서 굴리던 자동차와 아이들 방의 TV 2대를 내다팔았다고 말했다.그녀는 『주말마다 가족과 피크닉을 가던 일 은 이미 옛날 얘기고 요즘은 아이들의 옷가지도 새로 사주지 못하는 형편』이라며 한숨지었다.그녀는 그나마 정부에서 국민 1인당 하루 1천1백칼로리의 식량배급을 해주는 덕분에 굶주림을 걱정하지 않는것만도 다행이라고 말했다.
경제봉쇄의 가장 혹독한 피해는 어린이들이 짊어지고 있었다.바그다드 북부 사담거리의 알 카디시아 종합병원의 소아병동을 찾았을때 영양부족 상태로 태어난 미숙아와 전염병에 시달리는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었다.이 병원의 자르만 노이 주 아트(53)원장은 『의약품 부족과 낡은 의료장비 때문에 충분히 살릴 수 있는 어린이들이 한달 평균 6~7명씩 죽어가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라크 보건부의 공식통계에 따르면 지난 6년간 사망한 신생아및 어린이 숫자는 총 74만8천명으로 한달 평균 1만명이죽어갔다.
바그다드=김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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