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영화>2일 개봉되는 법정 스릴러 "타임 투 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1면

「정당한 살인」이 있을 수 있을까.
11월2일 개봉되는 조엘 슈마허감독의 법정스릴러 『타임 투 킬』(원제 A Time to Kill)은 「예스」라고 대답한다.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열살난 딸을 강간.폭행한 두 명의 남자를 살해한 아버지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이는 얼마전 『데드맨 워킹』에서 흉악범에 대한 합법적인 사형집행에 대해 조용히 의문을 제기한 팀 로빈스감독의 문제의식과 현격한 대비를 이룬다.또 최근 백범암살범 안두희 살해사건을 계기로 국내에 일고 있는 논란을 생각하게 만든다.실 제로 이 영화는 미국에서 개봉됐을 때 원작자인 존 그리샴과 올리버 스톤감독 사이에 논쟁을 야기시켰다.『올리버 스톤의 킬러』를 보고 스톤에게 그와 유사한 폭력을 유발한 책임을 져야한다고 주장한 그리샴에게 스톤감독이 『그러면 다음에 「 정당한」복수살인이 일어날 경우,그리고 살인자가 「타임 투 킬」을 읽었다는 사실이 증명되면 자신이 책임을 인정할 것인가』라고 한방 먹인 것이다.
그리샴은 미국 남부지역의 인종문제를 법정에 끌어들임으로써 단순한 복수살인극을 정치화.사회화시켰다.
『타임 투 킬』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강간범들이 백인이고 그들을 살해한 사람이 흑인이라는 점이다.더구나 인종차별이 심한 미국 남부지역에서 말이다.풋내기 백인청년변호사 제이크는 이 사건을 흑백 문제로 돌리는(이는 현대의 OJ 심슨 사건을 연상시키기도 한다)한편 딸의 여성성을 영원히 박탈당한 아버지의 미칠듯한 심정에 호소한다.
영화는 흑인들의 데모와 백인우월집단인 KKK단의 테러,검사와변호사간의 치열한 법정대결로 긴장감을 유발하지만 2시간25분의상영시간은 약간 느슨한 느낌이다.
이남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