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私欲채우기에 희생된 시민의 발-시내버스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서울의 시내버스는 난폭운전에 냉.난방도 제대로 안되는 「짜증버스」다.기다려도 오지않고 오다가도 그냥 지나쳐 간다.이같은 시내버스 운영의 난맥상은 사욕을 챙기기 급급한 업자와 이러한 시내버스 파행운영 실태를 알면서도 업주들에 끌려다 니기만한 서울시의 무능행정때문인 것으로 드러나 이번 수사를 계기로 대폭적인 노선 재정비와 서비스 개선대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노선독점=서울의 시내버스는 모두 4백46개 노선에 8천7백25대. 이 가운데 도시형 버스가 2백74개 노선을 운행중이고좌석버스 1백25개,직행.순환버스 47개 노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들 노선중 서울역.시청.동대문을 중심으로 한 도심을관통해 도심혼잡을 가중시키고 신촌.영등포.청량리.고속터미널등 소위 「노른자위」를 걸치고 있는 황금노선이 문제다.
이들 황금노선은 대형업체들이 거의 독점,검찰에 매출누락 사실이 적발된 대진운수의 경우 77대의 도시형 버스를 정릉~광화문~상암동 노선(5번)과 정릉~고속터미널~개포동 노선(710번)에 운행시키고 있다.
또 착복혐의가 드러난 신흥교통은 1백15대의 도시형버스를 오금동~효창운동장(56번)과 자양동~동부이촌동(57번)등에,아진교통은 무려 86대의 도시형 버스를 도봉동~청량리~면목동(19번)의 「황금알」 1개 노선에 집중,운행시키고 있 다.
반면 경영난을 이유로 서울시에 버스면허 반납의사를 밝혔던 대흥교통은 사근동~여의도(77번),풍양운수는 봉천5동~성북동(85번)등 소위 「밑빠진 독」노선에 투입할 수밖에 없었다.
◇서비스외면=버스업체들은 지난7월 요금인상때 서비스개선을 약속했으나 전체버스중 26%만 냉방장치가 설치됐을뿐 대부분 업체들이 한여름철에도 찜통버스를 운행했다.
여기에 과속.난폭운전과 정류장 무정차 통과 관행도 나아지지 않아 소비자보호원이 최근 시민 5백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난폭주행 27%▶늑장도착 18.6%▶무정차 통과가 10.
3%로 나타났다.
이는 황금.독점노선을 운행하는 버스들이 당초 사업계획서에는 5~6분 간격으로 운행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어차피 탈 손님」이란 이유로 투입차량수를 줄여 8~12분 간격으로 운행하기 때문. 이에따라 시내버스에 대한 『불만족』이 46.3%에 달했으며,『만족한다』는 8.4%뿐이었다.
◇정책부재=이같은 업자들의 「수익금 빼돌리기」와 서울시의 정책부재는 버스회사 부실운영→서비스질 저하→자가용 이용증가→교통체증의 악순환을 부르고 있다.
특히 서울시는 곪을대로 곪은 시내버스 실태를 알면서도 본격수술을 미뤄 대중교통으로서의 기능을 오히려 저하시켰다.
버스노선의 경우 업자들로 구성된 버스조합에 이끌려다녀 굴곡노선.장거리노선등 폐해를 불러 단거리운행을 목표로 한 도시형 버스 2백74개 노선중 60개 노선이 50㎞가 넘는 장거리를 운행하고,오히려 장거리를 운행해야 할 좌석버스는 전 체노선의 절반이 넘는 93개 노선이 50㎞이하를 달리고 있다.
결과적으로 서울시는 시민편의가 아닌 업자위주 노선정책을 펴온셈이다. 이에따라 일부 대형업체와 황금노선을 독점한 업체를 제외한 나머지 중소업체는 경영난에 봉착,최근 26개 업체가 『버스면허를 반납하겠다』고 드러누웠고,서울시는 뒤늦게 지원대책 마련에 나서는 행정무능을 드러냈다.
음성직전문위원.박종권 문경란.강홍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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