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리포트>나토 '東歐확대'에 유럽 들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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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런던 남정호 특파원 =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동구확대 문제가 최근 미국과 유럽강대국들간의 「뜨거운 감자」로 부각되고 있다.
지난 22일 유세중인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이 99년말까지 몇몇 옛 공산권국가들을 NATO에 포함시키겠다고 천명함으로써 NATO 확대논의는 더욱 뜨거워지고 있다.
이 제안이 나오자마자 23일 루마니아등 동구 3개국은 즉시 대환영이라는 공식성명을 발표한 반면 러시아는 25일 하원이 『80년대초의 냉전상황을 불러일으킬 만한 위험한 조치』라고 선언할 정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NATO 확대가 동구는 물론 유럽 전체의 안보구도를 재편할 중대사안인 까닭이다.지난 89년 동구 공산권 몰락 이후 NATO는 군대는 있되 싸울 「공적」(公敵)이 없어져 그 존재의의부터 모호해진 조직으로 전락했다.
그럼에도 러시아를 제외한 거의 모든 옛 동구 공산권국가들은 NATO 가입을 지상목표로 삼고 있다.
이들이 NATO에 굳이 진입하려는 배경에는 정치.경제적 동기가 모두 깔려 있다.
49년 체결된 NATO조약에 따르면 어느 회원국에 대한 공격도 다른 동맹국의 영토를 침범한 것과 동일하게 간주되도록 돼있다. 즉 NATO 가입이 세계최강인 미국의 군사력 지원을 담보받을 수 있다는 것과 동의어가 되는 것이다.
동구확대를 가장 적극적으로 지지하는 NATO내 회원국은미국이다.
미국은 이들의 NATO 참여가 안보효과 뿐만 아니라 이 지역국가간의 경제교류를 증대시켜 시장경제로의 순조로운 변신을 도와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반면 독일.프랑스등은 기존 회원국들에 대한 부담 증가와 러시아를 자극한다는 이유로 이를 반대하고 있다.
현재 거론중인 6개국에 대한 NATO 확대가 이뤄질 경우 총1백25억달러(약 10조원)라는 천문학적 추가자금이 필요하다.
또 러시아를 안보상 고립무원(孤立無援)으로 내몰아 자칫하면 새로운 냉전시대를 불러올 위험도 높다.때문에 독일과 프랑스는 NATO 확대보다 「유럽연합(EU)」산하에 독자적인 유럽방위군창설을 더 바라고 있다.
EU를 명실상부한 「유럽공화국」으로 탄생시키기 위해서는 자체군조직을 보유해야 한다고 믿기 때문인 것이다.영국은 그러나 미국이 제외된 유럽내 안보기구란 그 실효성 자체에 문제가 있다고파악,독일.프랑스 양국과 달리 유럽방위군 설립 을 반대하고 있다. 한편 현재 헝가리.폴란드.체코공화국등은 99년 가입에 별문제가 없으나 슬로베니아등 옛 중소공산국들의 경우 참여가능성이불투명하다.당분간은 다른 회원국들에 도움이 되기는커녕 일방적 혜택만 누릴게 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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