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5만 명 직불금 명단 있으나 직업 분류한 17만 명은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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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정부에서 일어난 일도 아니고…. 은폐할 이유가 없다.”(정형근 건보공단 이사장)

“국민이 선출도 하지 않은 감사원에 제출된 자료를 국회에 제출하지 않는 건 권력 분립 원칙에도 안 맞는다.”(송영길 민주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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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이 요청한 자료는 105만 명에 달하는 가입자 관련 정보다. 외부에 공개될 경우엔 사생활 침해는 물론 정당하게 직불금을 수령한 사람에게도 회복할 수 없는 상처를 준다. ”(정 이사장)

20일 서울 염리동 국민건강보험공단 6층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국정감사 현장. 정형근 건보공단 이사장과 민주당 의원 사이에 쌀 직불금 명단 자료의 공개를 놓고 설전이 벌어졌다.

오후 3시40분에는 정 이사장과 백원우(민주당) 의원 간 고성이 오가자 변웅전 국회 보건복지가족위 위원장이 정회를 선포했다. 이날 설전으로 정회가 두 차례 반복되는 등 파행이 거듭됐다.

◆“105만 명 명단 보관 중”=양승조(민주당) 의원은 “2007년 감사원으로부터 쌀 직불금 수령자 명단을 넘겨받아 직업과 신분 등을 확인해 감사원에 회신한 자료를 보관하고 있느냐”고 질문했다. 이에 정 이사장은 “감사원이 보낸 자료는 보관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20일 서울 공덕동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열린 국정감사에서 야당 의원들이 쌀 직불금 수령과 관련해 공단이 감사원에 제공한 명단 공개를 요구하자 정형근 공단 이사장(中)이 관계 직원들과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연합뉴스]


건보공단이 보관하고 있다고 시인한 자료는 지난해 5월 감사원이 건보공단에 넘긴 쌀 직불금 수령자 105만 명의 명단이다. 건보공단은 당초 보관 내용만 확인해 줄 수 있을 뿐 외부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이날 오후 여야가 열람에 합의하자 의원에게 컴퓨터를 통한 열람을 시켰다. 건보공단 고위 관계자는 "야당 의원들은 현장에서 105만 명에 대한 자료가 아니라 이 자료를 공무원 등 직업별로 분류해 줄 것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건보공단은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등에 규정된 개인정보 보호 의무 등을 들어 자료 분류와 공개를 거부해 파행으로 치달았다.

◆논란의 초점 ‘분류된 자료’ 없나=감사원은 2006년에 직불금을 받은 105만 명의 명단을 농림부에서 넘겨받아 건보공단에 건넸다. 건보공단은 이 자료를 토대로 농업 이외 타 직업 보유자 17만 명을 추출했다. 건보공단의 역할은 직불금을 받은 사람 가운데 공무원 등 농민 이외 직업군에 있는 사람이 누구였는지 분류하는 것이었다. 민주당은 ‘직업별로 분류된 명단’을 요구했으나 건보공단 측은 시종일관 없다고 부인했다. 건보공단의 거듭된 부인에도 건보공단 주변에서는 분류된 자료가 존재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해당 자료가 없다고 하더라도 건보공단은 지난해 감사원에 제출한 자료를 일주일 내로 복원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창규·정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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