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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품 배우김명민의 Classical Life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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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
귀밑까지 늘어진 웨이브 헤어와 턱시도가 제법 잘 어울린다. 평상시 남성적인 매력으로‘훈남’소리 듣는 배우지만 외모 덕에 어울리는 것은 아니었다. 냉철한 표정으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모습이 제법 자세가 잡힌 걸 보니‘역시’하는 감탄사가 나온다. 브라운관에서 지휘자로 변신한 김명민 얘기다.

갑옷을 입으면 이순신이 되고 흰 가운을 걸치면 그대로 천재 외과의사가 된다. 마치 손으로 맞춘 슈트를 입은 것처럼 김명민의 연기는 늘 몸에 꼭 맞고 자연스럽다. 최근 MBC TV 드라마‘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맡은 지휘자 역할도 그렇다. 자존심 강한 독불장군 스타일의 성격이나 실제 오케스트라를 이끄는 모습이 흠 잡을 데 없다. 하지만 손만 휘휘 내젓는다고 지휘자의 모습을 재연할 수는 없을 터. 김명민 은 이 배역을 위해 5개월 동안 밤낮으로 지휘봉을 잡았다.

“나는 왜 이렇게 어려운 역할만 맡는지 모르겠어요(웃음). 클래식을 유별나게 좋아하는 사람도 아닌데 뜬금없이 지휘자라니, 참 난감했죠. 그래도 연기는 해야 하는데 뭐 별수 있나요. 무조건 동작을 외우는 수밖에 없었죠. 밤낮으로 음악 틀어 놓고 매일 연습했어요.”

드라마‘하얀 거탑’에서 외과의사 역할을 맡았을 때만 해도‘세상에 이것보다 더 어려운 역할은 없겠다’싶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니 그렇지도 않단다. 수십 종이나 되는 악기의 소리와 조화를 모두 이해해야 하는데 5개월만에 그렇게 되기는 불가능하고, 그저 기본 동작 을 익힌 다음 노래와 동작을 모두 외워 버리는 수밖에 없었다.

“누나가 클래식을 전공하고 피아노를 쳤어요. 덕분에 어릴 때 음악을 좀 접할 수 있었죠. 하지만 그 시절에야 밤낮으로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가 지겹고 싫어서 귀 막고 짜증만 부렸거든요. 그런데 이제 와서 하루 종일 클래식만 들으려니까 미치겠더라고요. 그래도 워낙 많이 들으니까 나중에는 좀 익숙해져 요즘은 차에서도 클래식을 틀어요. 매니저는 좀 괴롭겠지만(웃음).”

그는 연기에 관한한 완벽주의자로 정평이 나 있다. 작품이 시작되면 성격이 극도로 예민해 져 촬영 현장에서는 늘 자신이 연기할 캐릭터의 성격에 심취한 채 감정을 유지하려 애쓰는 편이다. “관객을 몰입시켜야지 그저 흉내만 내는 건 배우가 아니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닌다. 그와 서울예대 연극영화과 동기인 개그맨 김한석은, “학교 다닐 때부터 동기들은 틈만 나면 술 먹으러 다니기 바빴는데 명민이는 매일 책 보고 연기 연습만 했다”고 회상 할 정도다. 함께 출연한 장근석과 이지아 등 배우들이 현장에서 활달한 성격으로 서로 장난치며 분위기를 이끈다면 김명민은 반대 성향이다. 높은 시청률보다 스스로 얼마나 노력 하고 최선을 다했는지가 그에게는 더 중요하다. 그렇다면 완벽주의자 김명민의 브라운관 밖 생활은 어떨까.

“배려심 깊은 아내와 제법 의젓해진 아들 가족의 배려와 사랑이 나를 지탱하는 힘이죠” 그는 방송과 일상 사이의 균형 감각이 뛰어나 다. 작품 사이 휴식 기간이 생길 때마다 가족과 여행을 다니거나 휴양지 호텔에 장기 투숙 하며 함께 시간을 보내지만 촬영이 시작되면 집에서도 늘 연기 생각만 한다. 다른 배우에 비해서 배역에 대한 몰입이 심한 편이어서 몇 달 동안 가족에게도 거의 신경을 쓰지 못하는 편이다.

“워낙 연습에 몰입하는 성격이어서 가족이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아내는 내가 작품 시작하면 이상해진다면서 나를 슬슬 피하죠(웃음). 워낙 예민해져 있으니까 말도 잘 붙이지 않고 신경 쓰지 않게 해주거든요. 그런데 저한테는 그게 내조예요. 편하게 해주니까요. 촬영 중에는 경황이 없어서 잘 못 느끼는데 끝나고 나면 늘 고맙죠. 그게 아내의 힘이에요.” 한 살 연상의 아내 이경 미씨는 그의 작품을 모두 챙긴다. 하지만 김명민은 평상시 아내에게 연기에 대한 소감을 잘 묻지 않는 편이란다. “남편이 나오는 장면을 보면 무조건 멋있다, 잘한다고만 말해 주는 사람이라 모니터 요원으로는 아니다”라며 웃는다. 하지만 배려심 깊고 전형적인 외유내강 스타일의 아내야말로 감정 기복 심한 배우의 동반자로는 그야말로 제격이다.

다섯 살배기 아들 재하의 존재도 그에게는 힘을 불어넣어 주는 원동력이다. 한창 아빠를 따를 나이라 김명민이 집에서 연습할 때는 자기도 지휘를 하겠다며 팔다리를 버둥대는 아들, ‘불멸의 이순신’때부터 TV에 사극 분장한 사람만 나오면 아빠라며 소리 지르고‘네 이놈!’ 하면서 대사를 따라 하던 녀석이다. 아빠 행동 이라면 죄다 따라 하는 데다 요즘은 제법 말귀도 잘 알아들어 아들 앞에서는 행동 하나하나 조심하게 된단다.

“대사 중에 단원들한테‘너희들은 그냥 개야, 나는 주인이고’하는 부분이 있어요. 아마 제가 집에서 그 부분을 연습했나 봐요. 난 기억도 잘 나지 않는데 어느 날 재하가 혼자서 중얼중얼하기에 들어봤더니‘너희들은 개야, 개’그러고 있더라고요(웃음).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요. 이제 연습도 제대로 못하겠어요.”

일이 없는 날이면 아들이랑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도 모자랄 만큼 자상한 아빠다. 화창한 날 이면 자전거 뒤에 트레일러 매달고 아들과 하이킹을 즐기거나, 집에 꾸며 놓은 작은 정원에서 손수 바비큐를 굽는다. 하지만 작품으로 예민해져 있을 때는 아내와 대화도 잘 하지 않을 정도여서 아들도 예외가 아니다. 한창 바쁠 때는 아들 생각할 겨를도 거의 없단다. 재미있는 것은 아들도‘아빠 일하는 중’이라고 말하면 딱 돌아선다는 것.


김명민은 카메라 앞에서는 완벽주의자지만 가족들에게는 한없이 자상한 만점 가장이다.

“놀아 달라고 보채다가도‘아빠 돈 벌어야 해, 일해야 해’하면 말도 붙이지 않아요. 엄마가 그렇게 가르친 것 같은데 제대로 교육을 받았더라고요(웃음). 대신 쉴 때는 가능하면 많이 놀아줘야죠.” 김명민은 일에만 쫓겨 가족을 등한시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여가와 일의 균형을 유지하지 못해 연기에 지장을 받지도 않으며 적당히 균형을 유지한다. 그 덕에 집에서는 가정적인 남편과 아빠이자 촬영장에서는 완벽주의자 소리를 듣는다. 배려심 깊은 아내, 귀여우면서도 제법 의젓해진 아들과 함께 꾸려 가는 그 일상은 한없이 행복해 보인다.

취재_이한 기자 사진_임효진(studio la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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