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목당 100만원 vs. 1인당 100만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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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가계 지출에서 사교육비 비중은 어느 정도일까. 강남권과 비강남권에서 중학생 자녀가 있는 가정을 무작위로 선정해 가계부를 들여다봤다. 최소한의 교육만 한다는 L씨는 “비강남권이라 해도 다른 집들은 수입의 절반을 사교육비로 쓴다”고 말했다. 고등학교에 입학하는 순간 사교육비 상한선은 사라진다는 게 K씨의 말이다. K씨는 과목당 100만원, L씨는 1인당 100만원 정도를 ‘각오’하고 있단다.

강남-강북 아줌마 사교육 비교 #강남은 프로, 강북은 아마추어 … 특목고 ‘12시 과외’ 하면 돈 두 배 #사교육이 경제 망친다

L씨는 “중학교 때까지는 사교육비를 두고 부부가 싸우고, 고등학교부터는 부모와 자식이 싸운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며 씁쓸해 했다. K씨는 “강남권이 비강남권보다 합리적인 편”이라며 “무조건 공부 잘하는 아이를 따라가는 게 아니라 내 아이에게 맞는 강사를 찾는다”고 말했다. 전교 1등부터 10등 학생들이 모두 다른 선생님한테 배운다는 것이다. L씨는 “강남이 프로라면 강북은 아마추어”라며 “강북은 들이는 돈만큼 효과를 보지 못하는 때도 있다”고 말했다.

전업주부인 K씨는 아이 셋의 엄마이자 운전사다. 열 개가 넘는 과목이 서로 겹치지 않도록 시간표를 짜는 일도 K씨의 몫이다. K씨는 “차 유지비가 한 달에 100만원 든다”고 한숨을 쉬었다. 첫째딸 과외비 중에는 수업하지 않고 돈만 내는 항목도 있다. 음악 강사 관리비인데 실기시험이 있을 때만 수업을 한다. 한 달에 한 번 배우든 열 번 배우든 무조건 10만원이다.

K씨는 “국·영·수는 다른 애들이 다 잘하기 때문에 예체능에서 차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K씨 아이들은 해외 연수를 간 적이 없다. 대신 K씨가 아이들과 1년에 한두 번 해외여행을 다녀오는데 첫째, 둘째, 셋째 다 따로 데리고 간다. 올해도 첫째와 태국에, 둘째와 대만에 다녀왔다. K씨는 “아이마다 이해 방식이 다른데 어떻게 같이 다니느냐”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과외를 이렇게 시켜도 반에서 5, 6등 할 정도”라며 “보통 아이들이 학원 마치고 돌아오면 밤 11시인데 특목고에 가려면 자정에 끝나는 ‘12시 과외’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비용은 두 배 정도 더 든단다. 그는 “사교육비를 감당하지 못해 식당에서 일하는 강남 엄마도 많다”며 “차라리 다들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직장에 다니는 L씨는 “엄마들이 사교육비 벌려고 얼마나 아끼는지 결혼식에 입고 갈 정장 한 벌이 없다고 하더라”며 “아무리 알뜰한 주부도 사교육비는 한 항목도 줄일 게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L씨는 “나처럼 돈을 너무 안 써도 욕먹는다”고 덧붙였다. 그는 “요즘 남편이 학습지를 그만두라고 부쩍 참견을 한다”며 “그래도 다른 아이 하는데 내 아이만 안 시키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했다. L씨는 첫째딸이 고등학생이 되면 그동안 아낀 만큼 3년 동안 ‘농축’해 투자할 계획이다.

최은경 기자 [chin1chu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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