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 만큼 했는데 부장은 왜 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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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에 몰입하는 직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이 매출증가율, 순이익증가율 등 경영지표가 좋다는 게 증명되면서 사람을 통한 경영성과 향상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어떻게 하면 직원들이 신명나게 일할까. 어떻게 하면 주어진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회사를 위해 필요한 일을 제안하고 이것을 내가 해보겠다고 할까.

직원들 성과에 몰입시키는 비결 #윗사람에 불만 많으면 실적 떨어져 … 리더와 직원의 진심 어린 조화 필요 #Hewitt 공동기획 ‘좋은 조직 만들기’②

이는 모든 경영자와 관리자의 고민이다. 회사가 무엇을 해야 할지 결정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 직원들의 마음속을 들여다보는 것이다. 선진 기업들은 이를 위해 직원 의견 조사를 정기적으로 실시해 이들의 경험을 정량적으로 분석, 전체적인 경향을 이해하고 구체적인 활동 계획을 수립하는 첫 단계로 활용한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경영자는 직원이 원하는 것은 높은 급여 말고 다른 것은 없으며, 이러한 조사는 직원들의 기대치만 높여줄 뿐이고, 모든 면에서 회사가 직원을 다 만족시켜 줄 수 없는데 왜 해야 하는가라는 이유로 이러한 조사를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직원들이 원하는 건 자신의 성장

직원 의견조사는 회사가 알고 싶은 것을 물어보는 단순한 작업이 아니다. 선진 기업의 직원 의견조사는 전략적 방향과의 연계, 핵심 가치의 실행, 조직 건전성, 리더 효과성이라는 큰 분류 아래 직원 성과 몰입 요인을 체계적으로 구성해 실시한다. 즉 직원 의견조사를 통해 확인해야 하는 만족도는 단순한 직원 복지의 측면이 아니라 회사가 경쟁력을 가지기 위해 직원과 한마음이 되어야 할 전략과 핵심 가치가 얼마나 잘 공유되고 있느냐를 확인하는 것이다.

조직 건전성 측정이란 일하는 방식과 조직 운영의 합리성, 투명성, 직원 존중과 성장, 동기부여 방식의 효과성을 점검하는 것을 의미한다. 리더 효과성이란 최고경영진과 관리자들의 역할 수행 능력과 역할 모델로서 얼마나 신뢰받고 있는가를 검토하는 것이다. 이러한 체계적 접근을 통해 직원을 업무에 몰입시키는 회사의 강점과, 몰입 방해에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치는 요인을 정기적으로 분석하는 것이다.

여러 가지 성과 몰입 요인 중 가장 영향력이 큰 요인은 회사마다 다르다. 그러나 휴잇이 실시한 ‘아시아 지역 최고의 직장(Best Emplo-yers in Asia Study)’ 결과를 보면 국가별 동향을 감지해 볼 수 있다. 흥미로운 것은 2005년 전에는 국가별 특징이 두드러졌던 반면, 2007년 동향을 보면 전 세계적으로 ‘경력 기회’가 직원 성과 몰입에 가장 큰 요소가 되었다는 점이다.

이는 아시아, 동유럽, 러시아 등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룬 신흥 시장에서 인재 전쟁이 가속화하면서 나타나는 공통된 특징으로 해석된다. 즉 직원의 이동 기회가 높아지면서 직원들은 자신이 성장할 수 있는 직장에 가장 관심이 많다는 것이다. 이것은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는 한국 기업의 현지 직원 관리에 중요한 시사점을 준다.

시장에서 우수한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기 위해서는 현지 직원들이 한국인이 아니더라도 한국 기업에서 성과만 있으면 성장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어야 한다. 조사 결과만을 가지고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것은 실제 이슈를 간과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많은 기업이 직원 육성 점수가 낮다고 하면 교육을 만들고, 커뮤니케이션에 문제가 있어 보이면 사장 간담회를 실시하며, 일이 너무 많아 힘들다고 하면 직원 충원을 먼저 생각한다.

그러나 직원들 마음 깊숙한 곳에 있는 어려움의 실체가 무엇인지 읽지 못하면 그 어떤 활동도 효과를 거두기 힘들다. 몇 가지 예를 보자. 많은 경영자들이 비전을 수립하고 이를 공유하는 회사의 지속적인 성과에 감명받는다. 환경이나 조직 내부의 변화로 새로운 비전과 전략을 수립하고 경영자들은 이를 기회 있을 때마다 공유한다.

경영자들은 직원들이 새로운 비전에 몰입해 자발적으로 해야 할 일을 찾기 원한다. 그러나 직원들에게 회사가 나가야 할 방향을 이해했는가라고 하면 의외로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다. 왜 그럴까? 직원들은 처음 경영진으로부터 방향을 들었을 때는 미래에 대해 기대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자기 업무에서 이 비전이 어떻게 반영되어야 하는지 명확지 않아 혼란스러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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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는 새로운 방향으로 간다고 하는데 현재 내가 하고 있는 업무는 어떻게 바뀔 것인가, 같이 하는 것인가 일이 바뀌는 것인가, 나의 현재 역량으로 할 수 있는 일인가. 회사가 구체적인 전략과 실행 계획을 세우는 동안 직원들은 혼란스럽고 결국 그 비전에 대한 회의감이 들면서 흥미가 떨어지게 된다.

경영진이 직원 대상으로 커뮤니케이션할 때 처음에는 상위 개념을 전달하더라도 그 다음부터는 직원 업무와 연계하여 이해하기 쉽게 전달해 직원 차원에서 준비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인식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상사에 대한 불만이 많은 경우 직원들은 상사의 스타일에 대한 불만을 많이 표현한다.

내가 할 만큼 하고 있는데 잘한다는 말은 못 듣는다, 너무 성미가 급하다, 거친 말을 한다, 기를 죽인다 등의 불만을 듣게 되면 우선 상사가 직원을 대하는 스타일을 좀 더 온화하게 바꾸라는 메시지를 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러나 리더 입장에서 왜 그런 극단적 행동이 나왔나 물어보며 잘 분석해 보면 리더와 직원 간 해내야 하는 일의 목표에 대한 공유가 부족하고, 그렇다 보니 그 목표를 해내는 데 필요한 역할 기대가 서로 다르다는 것을 발견할 수 있게 된다.

서로 할 만큼 했다는 다른 기준이 어디서부터 나온 것인지 분석하는 것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리더는 해야 할 일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해내야 하는 일의 완수된 모습, 본인이 생각하는 추진 방법, 각자가 하는 일의 구체적 역할과 책임, 결정할 수 있는 권한 정도 등을 명확하게 직원과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다. 설문과 직원들의 간담회를 통해 현상을 분석하고 개선 영역이 나오면 무엇을 해야 할지 실행 계획을 수립하게 된다.

그런데 성과 몰입된 직원이 많은 조직과 그렇지 않은 조직의 차이는 얼마나 진지하게 실행했는가 하는 데 있다. 경영진의 커뮤니케이션이 강화되어야 한다는 과제를 수행한다고 할 때 한국 기업들은 분기에 한 번 비즈니스 실적을 전 직원과 공유하고, 경영진이 주도하는 직원간담회를 분기별로 실행한다는 계획을 수립한다. 그런데 휴잇이 선정한 글로벌 최고의 직장 CEO들은 평균 연 14회 직원을 직접 만나 듣는다. 그만큼 개선을 위한 노력의 질이 다른 것이다.

글로벌 CEO는 1년에 14번 직원 만나

많은 한국 기업이 실행 계획을 수립할 때 경영진과 관리자는 빠지고 태스크포스(Task Force)를 구성해 진행하고 경영진이 이를 승인하는 절차를 밟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글로벌뿐 아니라 한국 최고의 직장들은 조직별로 결과와 개선 과제를 같이 논의하고 경영진, 관리자, 직원, 회사 전체가 해야 할 일에 대해 균형을 가지고 도출한다.

이를 정말 실행하는지 정기적으로 점검하는 프로세스가 있다. 어느 회사나 변화와 갈등은 일상적으로 있고,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바쁘다. 그러나 이러한 상황에서 어떤 태도와 행동을 보이는가 하는 것이 조직문화를 결정하고 직원 성과 몰입에 큰 영향을 준다. 선진 기업의 최근 키워드는 ‘건설적 태도(Constructive Behavior)’를 조직에 정착시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든 대안을 생각해 상호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긍정적인 톤으로 대화를 이끄는 훈련을 강화하고 있다. 조직원이 이러한 태도를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어야 건설적인 조직 분위기가 형성되며, 직원들이 감정 소모에 시간 낭비를 하지 않고 업무 성취에 더 몰입할 수 있는 기반을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이 있는 것이다. 직원들을 성과에 몰입시키는 것은 이러한 조직문화와 개선을 위한 성실한 실천, 리더들의 직원에 대한 진심 어린 관심의 조화에서 비롯된다.

박혜영 휴잇어소시엇츠 상무 [holly.park@hewit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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