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국시리즈 4차전 주역 현대 정명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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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수호신은 죽지 않았다」.
인천마운드의 수호신으로 불리다 올해 포스트시즌에서 줄곧 불안한 모습을 보이던 정명원이 본업이 아닌 선발로 등판해 한국시리즈 초유의 대기록을 세웠다.
정은 올해 다섯경기밖에 출장하지 못한 단국대 출신의 신인포수김형남과 짝을 이뤄 최고구속 1백47㎞의 위력적인 공으로 해태타자들을 완전히 압도,위기에 몰린 팀을 구원했다.
9회까지 29타자를 맞아 총투구수 1백6개에 삼진 9개,내야땅볼 7개,플라이아웃 10개,4사구는 1회 2개를 포함해 3개만을 내줬다.정의 선발등판은 93년 4월15일(해태전)이후 무려 3년6개월여만.현대 관계자들조차 너무 오랜만의 선발등판이라몇 이닝을 버틸 수 있을지 걱정했다.그러나 정은 회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안정된 피칭으로 주위의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군산상고.원광대를 졸업한 정은 원래 해태 연고선수.그러나 빠른 공에도 불구하고 들쭉날쭉한 컨트롤 때문에 경기에 나서지 못해 프로 관계자들의 관심을 모으지 못했다.그러다 당시 태평양구단 상담역이던 신현철(CBS라디오 해설위원)씨의 눈에 띄어 태평양에 입단하기로 했다.
그러나 지명을 약속했던 신현철씨가 구단을 떠나자 정의 스카우트는 흐지부지돼 기다리다 못한 정은 덜컥 실업야구 농협에 입단을 결정,태평양 관계자들의 애를 태우기도 했다.결국 188㎝의장신에 빠른 공을 지닌 정을 높이 평가한 당시 김성근감독의 요구로 태평양은 뒤늦게 정명원에게 계약금 1천7백만원을 주며 입단시키는데 성공했다.89년 투수조련사 김성근감독을 만난 정은 이후 제구력 부족이라는 약점을 치유,프로데뷔 첫해 11승4패6세이브라는 훌륭한 성적을 올렸다.그 러나 92년 팔꿈치 부상으로 고전하기 시작,92년 시즌이 끝난뒤 팔꿈치 수술을 받았으나93년 다시 팔꿈치 통증이 재발해 선수생명을 위협받기도 했다.
94년 마운드에 다시 돌아온 정은 그해 4승2패40세이브라는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재기에 성공했다.
다음은 정과의 일문일답.
-소감은.
『선발로 나섰지만 한국시리즈를 마무리한다는 기분으로 출장했다.감독님의 믿음에 부응해 기쁘다.』 -오늘 승부구는.
『내가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컨트롤 난조다.오늘은 1회이후 컨트롤이 잡히기 시작해 승리를 자신했다.』 ▶출생=66년 6월14일 전북산 ▶경력=군산상고-원광대-태평양 돌핀스(89년)-현대 유니콘스(96년) ▶체격=189㎝.80㎏ ▶수상경력=94년 최우수구원투수,94년 골든글러브,94년올스타MVP ▶올시즌성적=53게임출장 8승8패26세이브(구원부문 2위,방어율 1.58) 인천=김홍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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