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러시아서 들여온 새끼 황새 한쌍 내년봄 방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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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내년 봄부터 우리 하늘에 다시 황새가 날아다닐 것같다.
황새는 94년 11월30일 충북음성 과부황새의 죽음으로 국내에선 명맥이 끊어진 상태.그러나 MBC 『황새』다큐멘터리 제작팀이 지난 7월 러시아에서 들여온 새끼황새 한쌍을 내년 봄 자연으로 돌려보낼 예정이다.
황새를 키우고 있는 주인공은 지난해 다큐멘터리 『어미새의 사랑』을 제작,큰 반향을 일으켰던 MBC교양제작국 최삼규PD.그는 9개월간의 추적끝에 한국방송 사상 처음으로 뻐꾸기의 부화과정을 화면에 담아 다큐멘터리 수준을 한차원 높였다 는 평가를 받았다. 이 인연으로 최PD는 『황새를 봤다』는 제보전화를 많이 받았다.귀가 솔깃해 현장으로 달려가길 수개월이었지만 백로나왜가리에 속길 다반사로 했다.
최PD는 헛걸음치는 허탈감 속에서도 황새가 사람들의 가슴에 깊이 깃들어 있다는 것,그리고 『어미새의 사랑』이 이런 황새의추억을 일깨웠다는 점에서 어떤 책임감을 느꼈다고 한다.
최PD는 한국교원대 김수일교수팀과「황새복원 프로젝트」를 세우고 지난 7월 초순 시베리아 아무르강 유역의 황새 서식지로 날아갔다. 이때부터 16주동안 네번이나 서울을 오가며 촬영하다 아예 새끼 한쌍을 한국에 데려오기로 결심했다.최PD는 『어미가촬영팀을 피해 둥지를 떠나 알을 두시간 이상 방치하면 부화되지않기 때문에 촬영에 특히 힘들었다』며 『립스틱(막대모 양의 소형카메라)카메라를 숨겨놓아도 귀신처럼 알아차려 결국 2~3㎞ 밖으로 철수를 반복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멸종위기에 처한 동식물의 국가간 거래에 관한 국제협약」의 승인을 얻어 새끼황새를 갖고 하바로프스크공항을 이륙할 때는 마치 수십년간 잃었던 고향을 찾은 것처럼 감격스러웠다』고말한다. 황새를 반입하는 데는 평생 새와 더불어 살고있는 모스크바대 조류학자 세르게이 스미렌스키박사의 도움이 컸다.『우리는가난하지만 새를 보호하고 자연을 보존하는데 큰 보람을 느낍니다.자연은 우리의 희망』이라는 그의 말처럼 러시아 아무르 주는 해마다 여름 국제황새보호축제를 열어 자연보호의식을 고취하고 있다. 『우리의 옛지명에 황새골.황새바위등 황새와 관련한 지명이많은 걸 보면 우리 산하에도 황새가 널리 서식했음을 알 수 있다』는 최PD는 『하얀바탕에 검정색 날개끝을 지닌 황새의 우아한 자태는 외양으로도 백의에 검정갓을 쓴 우리 선조 들을 닮았다』고 말한다.
그는 어린 황새가 성공적으로 자연생태에 적응하는 것이 남은 최대 과제라며 『황새의 복원은 단순히 황새가 돌아온 것을 떠나황새에 얽힌 정서를 회복하는 의미도 있다』고 말한다.
최PD는 『어미새의 사랑』방영 꼭 1년만인 오는 12월 중순다큐멘터리 『황새』를 통해 한국교원대 황새복원센터에서 자라고 있는 황새를 선보일 예정이다.
이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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