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리포트>장쩌민.러펑 '힘겨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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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장쩌민(江澤民)중국국가주석과 리펑(李鵬)총리 진영간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첨예화되면서 베이징(北京)정가(政街)가 숨을 죽이고 있다.
2회이상 연임불가 규정에 묶여 내년중 총리직을 사임해야 하는리펑의 거취에서 야기된 권력 1,2인자간 힘겨루기는 최근 중앙위 제6차 전체회의(6中全會)에 이은 일련의 정치국 회의를 거치면서 치열한 양상을 띠고 있다.
문제는 ▶국가주석직을 둘러싼 양자(兩者)간 갈등▶당(黨)주석제 부활등 권력구조개편안에 대한 이견에서 비롯되고 있다.그러나6중전회나 정치국 회의에서도 아무런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함으로써 양측의 신경을 곤두서게 하고 있다.오래전부터 江주석 보유의당총서기.중앙군사위주석.국가주석직중 국가주석을 강력히 희망해온李총리측은 최근 『절대불가』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江주석 진영을겨냥,불편한 심기를 직설적으로 표출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신의 거취문제에 미온적이라는 불만이다.
李총리측은 동시에 정치국원들과의 접촉을 늘리면서 입지확보를 위한 물밑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또 다음달 베네수엘라.칠레.브라질등 남미 순방행사를 대대적으로 계획하는등 대외적 이미지높이기에도 열성을 보이고 있다.중국을 대표하는 「국가원수급」으로서 손색이 없음을 보여주려는 계산이다.江주석 진영에 대한 압박이다. 2인자의 압력에 직면한 江주석측의 대응도 만만치 않다.자신이 줄곧 주창해온 정신문명건설이 6중전회 분위기를 압도한것을 계기로 당과 군에 대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일종의 굳히기 작전인 셈이다.李총리 거취가 자신의 직위와 권한을 건드리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 정세추이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江주석측은 특히 내년초 미국대통령의 중국 방문 성사를 위해 총력전을 펴고 있다.클린턴이든,도울이든 미 대통령의 중국방문은 대내적으로 자신의 입지를 크게 강화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양측 진영의 분위기도 매우 대조적이라고 고위 소식통들은 전하고 있다.도전자 입장인 李총리 진영은 자신감넘치는 모습을 보이며 기세를 북돋우는 반면 수성(守成)의 江주석측은 각 정파에 우호적 제스처를 보이며 좌고우면(左顧右眄) 의 신중함이두드러진다는 것이다.
어찌됐든 李총리의 거취와 이에따른 권력구조 개편문제는 열띤 논쟁과 세(勢)대결을 거쳐 늦어도 내년 봄까지는 결말이 날 전망이다.양측 진영이 어떤 합의를 이끌어낼지 속단키는 어렵지만 덩샤오핑(鄧小平)이 설계한 江주석-李총리 협력체제 가 시험대에오른 것만은 분명하다.그래서 중국내 각 정파가 92세의 쇠약한노인을 더 주시하는 것이다.
베이징=문일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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