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록의 고우순 11언더파 우승-삼성카드배여자골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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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고우순(33)은 처음부터 자신만만했다.
3라운드에서 자신의 최고기록인 65타를 기록,「슈퍼신인」 박세리(19)를 3타차로 제치고 10언더파로 선두에 나선 고우순은 4라운드 경기 시작전에 이미 우승을 확신하는 표정이었다.고는 『지난해 일본에서 우승할 때와 똑같은 기분이다 .샷이 원하는 대로 맞아떨어지고 있다』며 자신있는 표정을 지었다.결과는 예상대로였다.
고우순은 13일 뉴서울CC 남코스(파72)에서 끝난 96삼성카드배 한국여자프로골프선수권대회(중앙일보.삼성카드.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 공동 주최,총상금 1억2천만원)최종 4라운드에서 71타(버디 3.보기 2)를 기록,합계 11언더파 2 백77타(71-70-65-71)로 2위 박세리를 5타차로 따돌리고 대회 네번째 정상에 올랐다.우승상금은 2천1백60만원.89~92년 4년연속 상금랭킹 1위를 차지하며 「국내 간판급」으로 군림했던관록의 고우순이 「박세리돌풍」을 잠재 운 것이다.
93년 일본에 진출한 고는 이로써 94년 이 대회 우승에 이어 2년만에 국내 대회 정상에 복귀하며 85년 프로데뷔후 통산18승째(일본대회 3승 포함)를 기록했다.고는 또 90년 이 대회를 첫 제패한후 2년마다 한번씩 우승하는 진 기록을 세웠다.박세리의 막판추격이 기대되던 이날 승부는 파 5인 2번홀에서일찌감치 갈렸다.박은 첫홀에서 파를 잡아 세컨드샷이 뒤땅을 치며 파온에 실패하는 바람에 보기를 범한 고를 2타차로 따라붙어접전을 예고했다.박은 그러나 곧바 로 2번홀에서 드라이버 티샷이 심한 훅이 걸리며 OB를 내 「5온2퍼트」로 더블보기를 범하고 말았다.타수는 순식간에 5타차로 벌어져 사실상 승부가 결정되는 순간이었다.
이날 라운드는 고우순의 아이언이 박세리의 장타를 압도한 경기였다.고의 드라이버샷은 박보다 20~30나 짧았다.그러나 고는아이언샷을 거의 전홀에서 박보다 훨씬 가깝게 홀컵에 붙였다.고가 『5타차로 벌어진후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쉽 게 가자』고 생각한 반면 박은 홀마다 승부를 걸어야 할 입장이었고 그런 부담이 결과적으로 게임을 뜻대로 풀어나가지 못한 요인이 됐다.
"올해말께 2세를 가질 예정"이라는 고는 다음주 일본에서 열리는 도레이재팬퀸스컵 대회에 출전,대회 3연패에 도전한다.이 대회는 일본에서 개최되는 미국여자투어대회중 하나로 고는 94,95년 한국골퍼로는 처음으로 미국대회를 2연패했다.
시즌 5관왕에 도전한 박세리는 이날 버디 2.보기 1.더블보기 1개로 73티에 그쳐 합계 6언더파 2백82타로 2위 상금1천2백만원에 만족해야 했다.
박은 그러나 시즌 획득상금 2억3천68만9천원을 기록,지난해최상호의 프로 최다상금(2억1천9백35만5천원)을 1천1백33만4천원 앞질렀다.
한편 전형적인 가을 날씨속에 벌어진 이날 경기에는 국내골프대회중 최고인 1만여명의 갤러리들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정길자 17번홀서 홀인원...정길자(38)는 이날 홀인원 지정홀인 17번홀(1백65m)에서 홀인원을 기록.
정은 4번아이언으로 티샷한 공이 홀컵으로 그대로 굴러들어가 자신의 성적 공동 11위보다 많은 5백만원(5위 상금해당)을 받는 행운을 차지했다.
김종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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