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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企, 은행빚 연체 3% 넘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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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은행들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3%대까지 올라갔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4월 말 현재 국내 19개 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3.0%로 잠정 집계돼 한달 전보다 0.2%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9월 통계를 내기 시작한 이래 가장 높은 수치다.

은행별로는 국민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3월 말 3.8%에서 4월 말 4.0%로 상승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고, 우리은행은 2.8%에서 3.2%로 높아졌다. 외환은행도 2.2%에서 2.5% 안팎으로 연체율이 올라간 것으로 추정됐다. 조흥.신한은행은 3월 말 각각 4.5%와 1.4%에서 소폭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9월 말 2.7%였던 은행권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은행들이 연말 결산을 앞두고 대규모의 대손상각을 실시한 12월 말 2.1%로 떨어졌었다. 그러나 올 들어 내수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원자재난까지 겹치자 지난 1월 말 2.8%, 2월 말 2.9%로 급등했다. 은행들이 분기 말 대손상각을 반영한 3월 말 2.8%로 소폭 떨어졌다가 지난달 다시 치솟은 것이다.

은행들은 내수 시장의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고 있는 가운데 고유가와 중국 쇼크, 미국의 금리 인상 가능성 등 악재가 겹치고 있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이른 시일 안에 호전되기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중소기업들의 채무 상환 능력이 떨어져 있는 상태에서 은행들이 채권 회수에만 초점을 둘 경우 중소기업 발 금융불안이 올 가능성이 있다"며 "도태될 기업을 가려내되 살아날 수 있는 기업은 과감히 지원해 은행과 기업이 함께 사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을 5일마다 점검하는 한편 대출 만기 연장과 채무 재조정 등을 통해 중소기업을 지원하도록 은행들을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감원 관계자는 "전체 기업 대출 연체율이 3%대 후반인 미국 등과 비교할 때 국내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이 높은 편은 아니지만 앞으로 내려가기보다는 올라갈 가능성이 더 크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나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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