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해외 조직 ‘도요타식’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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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자동차가 미국 금융위기에 따른 판매 부진에 대응해 해외 판매·생산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한다.

현대차는 판매법인(HMA)과 생산법인(HMMA)으로 나뉘어져 있는 미국 내 조직을 내년 상반기 통합해 미국 본사로 재편한다고 14일 밝혔다. 미국 본사는 생산·판매뿐 아니라 현지 금융과 광고 등 모든 것을 총괄한다. 또 지주회사를 설립해 투자를 담당한다. 미국 본사 사장은 서울 현대차 본사 사장과 같은 권한을 갖는다. 이는 도요타의 미국 본사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올해 현대차의 미국 판매는 1998년 외환위기 이후 10년 만에 감소할 전망이다. 1∼9월 33만7664대를 파는 데 그쳐 전년 동기 대비 5.8% 줄었다. 연간 판매도 지난해보다 8% 감소한 42만 대로 예상한다. 연초 세운 목표(51만 대) 대비 18% 줄어든 것이다.

이에 따라 앨라배마 공장의 가동률은 지난달 70%까지 떨어졌다. 4만 대의 재고가 쌓여서다. 올 초 연 30만 대를 생산하기로 계획을 짰다가 이를 22만 대로 줄이기로 최근 결정했다.

◆해외전략 재정비=현대차는 ‘미국 시장 50만 대 판매’ 벽을 넘기 위해선 미국 본사 체제가 필연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본사는 서울 본사와 완전히 분리하는 게 골자다. 본사 지원 없이 현지에서 이익을 내 투자하는 방식이다.

정몽구 회장은 13일 해외판매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긴급회의를 열고 “선진 시장의 판매가 급감하니 러시아·동구 등 신흥시장에 맞는 중소형차를 적극 판매하라”고 주문했다.

현대차는 미국 본사를 시작으로 1∼2년 안에 유럽·중국 본사도 단계적으로 도입할 계획이다. 지주회사 형태로 가닥을 잡은 중국 베이징현대차는 내년 생산과 판매를 분리한다.

올 초 서부·중부·동유럽으로 나눈 유럽법인도 다시 합칠 것을 검토 중이다. 시장을 쪼개면서 시너지효과가 사라져 판매 감소로 이어져서다. 올해 2공장을 완공해 연간 60만 대 생산규모를 갖춘 인도법인은 생산·판매를 분할한다. 생산부문에서 원가를 적극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다.

◆문제는 높은 생산비=내년에 현대차의 글로벌 생산거점은 90%가 완공돼 해외 생산능력만 연 200만 대에 달하게 된다. 하지만 판매는 110만 대가 버거운 상황이다.

문제는 터키를 뺀 모든 해외 공장이 30만 대의 대규모 시설이란 점이다. 이런 규모의 공장은 가동률이 70% 아래로 떨어지면 이익을 내기 어렵다. 따라서 본사에서 해외 공장에 각종 지원을 해야 한다.

기아차 슬로바키아 공장이 생산 첫해부터 이익을 낸 것은 환율 덕분이다. 주요 부품을 슬로바키아 공장에 수출하면서 연초 사업계획에 잡았던 유로당 1200원에 대금 결제를 했다. 올해 유로 환율은 1500∼1700원에서 움직였다.

경쟁사인 도요타·혼다는 5만∼10만 대의 해외 공장에서 이익을 낸다. 와세다대 자동차산업연구소 고바야시 히데오 소장은 “도요타·혼다는 작게 공장을 지어 가동률을 90% 이상 극대화한 뒤 확장한다. 이후 생산원가를 꾸준히 낮춰 이익을 낸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경우 대규모 생산체제를 택해 경기침체에 가동률을 높이기 어렵고 생산원가도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실제 해외 공장에서 생산한 차량이 경남 울산 공장보다 비싼 경우도 생기고 있다.

현대차 관계자는 “30만 대 해외 공장을 80% 이상 가동하려면 현지 시장에서 수출을 포함해 연간 50만 대 이상을 팔아야 한다. 예상치 못한 금융위기로 해외 시장이 움츠러들어 판매전략을 다시 짜게 됐다”고 말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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