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말바루기] ‘꺼리낌’(?) 없는 행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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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요즘은 길거리에서도 꺼리낌 없이 애정 행각을 벌이는 사람이 많아” 하며 ‘쯧쯧’ 혀를 차고 있다면 구세대, “길에서 꺼리낌 없이 뽀뽀하는 게 뭐 대수인가?”라고 대꾸한다면 신세대라 생각할지 모른다.

‘일이나 행동 따위를 하는 데 걸려서 방해가 됨’을 이르는 낱말인 ‘거리낌’은 앞 문장에서와 같이 ‘꺼리낌’으로 잘못 쓰이곤 한다. 이는 ‘소주’를 ‘쏘주’로, ‘생머리’를 ‘쌩머리’로 발음하는 것과 같이, 된소리로 발음하는 습관에서 비롯된 잘못이다.

“도배하는 데 꺼리끼지 않도록 방 안의 물건을 싹 치워 놓아라” “용현이는 주위를 꺼리끼지 않고 항상 당당하게 행동했다”에서와 같이 ‘일이나 행동 따위를 하는 데 걸려서 방해가 되다/ 일이 마음에 걸려 꺼림칙하게 생각되다’를 나타낼 때 역시 ‘꺼리끼다’로 잘못 사용하곤 하나 ‘거리끼다’가 바른 표현이다.

손을 잡고 걸어가는 것 같은 가벼운 애정 표현은 보는 이도 흐뭇하다. 하지만 공공장소에서의 거리낌 없는 짙은 애정 행각은 세대를 불문하고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김현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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