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일상에서>장애가 '짐'이 아닌 사회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오늘은 부모님이 외출하시는 날이라 일찍 귀가해야 한다.바쁜 마음도 아랑곳 없이 길어지는 강의 때문에 저녁 무렵에야 집으로돌아올 수 있었다.
우리집은 정박아인 남동생 때문에 언제나 집에 사람이 있어야 한다. 태어날 때부터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없었던 동생은 그나마 다니던 특수학교를 올해 졸업하고 제 방에서만 생활하고 있다.어릴적엔 동네 어귀에도 다니곤 했지만 길거리를 배회하면서 차선에 끼어들거나 간질을 일으키는 바람에 함부로 다니게 할 수가 없다.방에만 갇혀 있어서인지 요즘들어 부쩍 간질 증세도 늘어나고 다리도 더 휘청거리는 것같아 볼 때마다 가슴이 아파온다.거실에서 욕실까지 5도 되지 않는 거리를 몇번이나 넘어지면서걸어가는 동생을 부축하고 겨우 목욕을 시 켰다.
흔히 거리에 장애인이 많이 보이는 사회가 선진국이라고들 한다.우리나라의 장애인들은 가정의 짐처럼 여겨지고 있으며 숨겨야 할 부끄러운 존재로 아직도 다가온다.
그러나 나는 말 못하는 동생이 자랑스럽지는 않으나 부끄럽지도않다. 나 자신이 정상적인 생활을 통해 자유를 느낄 수 있는 현실에 감사하면서 내가 누리고 있는 행복을 알지조차 못하는 동생에게 보다 많은 사랑과 관심을 주어야 한다고 생각할 뿐이다.
최근 현대인들에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교육제도중 평생교육이 있다.
그러나 장애인들에게 평생교육이란 아득한 이야기일 뿐이다.우리나라의 장애인에 대한 정책은 극히 미비해 고등학교 과정을 마치면 더이상 갈 곳이 없어진다.
장애인에 대한 이런 현실을 반성하고 사회복지차원의 평생교육을보편화해 가정에 갇혀있는 장애인들을 사회로 이끌어 내야 할 것이다. 김남현<경남진주시옥봉동>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