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사자 발톱 vs 타격왕 곰 ‘PO는 내가 끝내주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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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올 시즌 삼성은 박석민(23·삼성)이라는 히트상품을 내놨다.

지난 시즌 홈런·타점왕 심정수(33)와 최고 외국인 타자였던 크루즈(35)가 각각 부상과 방출로 떠나간 자리. 선동열 삼성 감독은 하위타선에 있던 박석민을 4번 타자로 끌어 올렸고, 기대 이상의 성공을 거뒀다. 4번 타자의 중압감을 걱정하는 주위의 목소리에 박석민은 타율 2할7푼9리·14홈런·64타점을 올리며 중심 타선의 몫을 다했다. 그뿐이 아니다. ‘근엄한 삼성’ 분위기에선 찾아보기 어려웠던 머리띠와 팔목 밴드, 파마 머리까지 하고 나타나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했다.

하지만 프로야구 전체로 시야를 넓혀보면 ‘최고 히트상품’의 자리는 그의 몫이 아니다. 고졸 3년 차에 리그 최고 타자로 우뚝 선 김현수(20)의 존재감이 더 컸던 게 사실이다. 김현수는 올 시즌 타율(0.357), 최다 안타(168개), 출루율(.454) 등 3개 부문을 석권했다. 역대 최연소 타격왕(종전 만 24세·1993년 양준혁, 1994년 이종범, 2006년 이대호)이라는 기록도 세웠다. 3할5푼7리는 역대 8위의 고타율이기도 하다. 득점권 타율(0.379)에서도 1위에 올라 김경문 두산 감독을 흐뭇하게 했다.

김현수는 스무 살의 나이에 베이징 올림픽에 출전해 한국 야구가 사상 첫 금메달을 따는 데 크게 기여했다. 올림픽 예선전에서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던 이승엽(32·요미우리)이 “어떻게 하면 너처럼 잘 칠 수 있느냐”고 물어왔을 정도였다. ‘국민타자’가 인정한 ‘타격천재’가 2006년 신일고 졸업 당시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지 못하고 계약금 없이 두산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박석민도 후배 김현수를 떠올리면서 칭찬을 멈추지 않는다. “누가 봐도 김현수는 올 시즌 최고의 타자다. 직구·변화구 패턴을 알고 치는 듯하다. 후배지만 배울 점이 많다.”

하지만 플레이오프를 시작하는 현 시점에서 김현수는 경쟁자다. 박석민은 “2004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총 6타수 1안타)에 출전하긴 했지만 후보였다. 2005년에는 한국시리즈 엔트리에도 들지 못했다. 2005년 팀이 우승하는 장면을 TV로 봐야 했다.

그러나 올 시즌 들어 삼성의 주포로 성장했다. 두산 전 상대성적(타율 0.203·1홈런·12타점)이 나쁘다는 지적에 대해 박석민은 “타격감이 떨어졌을 때 공교롭게도 두산과 자주 상대했다. 특별히 두산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정말 자신있다”고 말했다.

박석민은 롯데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 이미 예열작업을 마쳤다. 3연승으로 플레이오프행을 결정짓는 동안 12타수 7안타(0.583)·4타점·4득점으로 맹활약했다. 박석민이 두산을 향해 내민 도전장이 한국시리즈행 티켓으로 연결될 수 있을까. 10일 준PO 3차전에서 당한 왼쪽 가슴 부상의 통증에도 “참고 뛸 수 있다”고 큰 목소리로 말할 만큼 그의 각오는 당차다.

하남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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