公倫 사전심의는 위헌 결정-영화 '가위질'사라질 전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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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공연윤리위원회(公倫)의 영화에 대한 사전심의는 위헌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내려졌다.
이에따라 자의적인 「가위질」로 잦은 논란이 빚어졌던 공륜의 영화 심의는 사라지게 됐으며 우리나라도 미국처럼 영화업계의 자율적인 등급심사를 통해 상영여부및 관람연령등이 규제될 전망이다. 헌법재판소 전원재판부(주심 金汶熙재판관)는 4일 영화사 「장산곶매」 대표 강헌(姜憲.34)씨가 공륜의 사전심의를 규정한구(舊)영화법 12조1항에 대해 낸 위헌제청 사건에서 『이 조항은 언론.출판의 자유를 규정한 헌법정신에 어긋난 다』며 위헌결정을 내렸다.
헌재는 이와 함께 광주사태를 다룬 영화 『오 꿈의 나라』를 공륜의 심의없이 상영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던 영화인 홍기선.유인택씨가 91년5월에 낸 헌법소원 사건에 대해서도 같은 이유로 청구를 받아들였다.

<관계기사 33면> 재판부는 결정문에서 『헌법 21조는 국가행정권의 언론.출판에 대한 허가나 검열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만큼 공륜의 사전심의를 받지 않은 영화 상영을 금지하고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까지 규정한 구 영화법은 헌법상 금지된 사전검열에 해당돼 위헌』이라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공륜이 민간인으로 구성된 자율적인 기관이라 하더라도 영화에 대한 사전심의제도를 채택하고 공연법에 의해 공륜을 설치토록 해 행정권이 공륜 구성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게 했으므로 공륜을 검열기관으로 볼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그러나 『청소년이 음란.폭력영화에 접근하는 것을 막을 필요가 있기 때문에 유통단계에서 효과적으로 등급을 심사하는 것은 사전검열이 아니다』고 밝혀 영화업계의 자율적인 등급심사를 공륜심의 폐지에 대한 대안으로 제시했다.姜씨는 92년4월 전교조 해직문제를 다룬 영화 『닫힌 교문을 열며』를 사전심의 없이 상영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되자 위헌제청 신청을 했으며 당시 담당재판부인 서울형사지법 10단독 김건일(金健鎰)판사가 이를 받아들여 헌재에 위헌제청했었다.
한편 영화법은 지난해 12월 개정되면서 영화진흥법으로 명칭이바뀌어 올 7월부터 시행중이나 문제의 사전심의 조항은 그대로 존속돼 있다.
정철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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