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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만에 다시 열린 '관함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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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7일 부산 해운대 앞바다에서는 우리 해군의 주요 군함 및 세계 각국의 함선 수십 척이 한자리에 모인 가운데 관함식(觀艦式, Fleet review)이 진행됐다. 최신예 이지스구축함 세종대왕함을 선두로 우리 손으로 건조한 각종 전투함과 해경 경비함이 거침없이 부산 앞바다를 항해하는 모습은 평소 보기 힘든 장관을 연출했다.

사전적 의미에서 관함식이란 ‘국가 원수 또는 군사령관이 출전(出戰)에 앞서 함대(艦隊)의 전투 준비태세와 사기를 직접 검열하는 의식’이라 정의할 수 있다. 최초의 관함식은 1341년 영국의 에드워드 3세가 도버 해협에서 함대의 해상사열을 실시하고 전투태세와 사기를 직접 검열한 것을 기원으로 본다. 그러나 현대의 관함식은 국가 원수 또는 군 최고 통수권자가 자국의 군함 또는 해군력을 한 곳에 집결시켜 전투태세와 장병의 군기를 검열하는 일종의 ‘해상 사열식’으로 그 의미가 약간 다르다.

통상적으로 특별한 의미를 갖는 기념일이나 국가적 차원의 행사가 있을 경우 거행되며 동맹국 또는 우호관계를 갖고자 하는 각국의 해군함정도 함께 참가하기 때문에 군사외교의 꽃으로 불린다. 세계 각국은 역사적 기념일에 관함식을 개최, 크게는 자국의 국제적 위상을 대내외에 알리는 계기로 삼고 있으며 작게는 우방 해군과의 우호 증진을 위한 국제행사로 진행하고 있다. 2004년 프랑스의 노르망디 상륙 60주년 기념 관함식과 2005년 영국의 트라팔가 해전 승리 200주년 기념 관함식이 그 대표적 예다.

우리나라의 경우 이미 1998년 정부수립과 건군 50주년, 충무공 이순신 제독 순국 400주년, 한국형 구축함 ‘광개토대왕함’확보를 자축하는 의미로 '98 대한민국 해군 국제 관함식을 성대히 개최한 바 있다. 10년 만에 다시 열린 이번 2008 대한민국 해군 국제관함식은 정부수립과 건군 60주년, 이지스 구축함 도입 등 우리 해군의 눈부신 발전상을 대내외에 알리고자하는 취지에서 준비된 2번째 관함식이다.

이번 관함식을 통해 가장 눈에 띈 부분은 지난 10년 동안의 노력을 통해 일궈낸 우리해군의 막강한 해군력이다. 10년 전 우리 해군이 보유한 최강의 전투함은 첫 번째 한국형 구축함(KD-1)인 광개토대왕함이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 해군이 보유한 최강의 전투함은 세 번째 한국형 구축함(KD-3)이자 꿈의 구축함으로 불리는 이지스 구축함 세종대왕함이다. 10년 전 우리에게 이지스 구축함을 보유한 미국과 일본은 동경의 대상이었고 우리 손으로 직접 이지스 구축함을 건조해 실전 배치하게 될 것을 예상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러나 불과 10년 만에 우리 해군은 꿈을 현실로 이루어 냈다.

세종대왕함이 전부가 아니다. 독도함, 이순신함, 광개토대왕함 등 그 이름만으로도 자랑스러운 우리 군함들이 차례로 등장해 위용을 과시했다. 세계 어느 해군과 비교해도 손색없는 강력한 해군력을 이제 우리도 보유하게 된 것이다. 흔히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불과 10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우리 해군이 이루어낸 눈부신 성장은 세계 각국의 부러움과 찬사를 받기에 충분한 것이었다. 이번 관함식은 우리 해군의 발전상을 대내외에 알리는 좋은 기회가 됐다.

군사적 성과가 전부가 아니다. 이번 관함식 기간 중 6천 명 이상의 일반 국민이 해상사열 본행사와 예행연습을 참관했고 함정 공개행사에도 3만 명 이상이 방문해 해군에 대한 관심과 이해를 높였다. 국제관함식에 참가한 외국 해군 장병을 대상으로 우리 문화를 직접 보고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고 널리 알린 점도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성과다. 이번 관함식을 통해 최소한 1088억 원 이상의 경제적 효과를 거두었다는 10월 13일자 국방일보의 보도는 관함식의 의미가 단순히 군사 외교 부분에만 국한되지 않음을 상징하는 뉴스다.

국제 관함식은 군사력 과시 혹은 군사외교 이상의 이미를 지니고 있으며 이번 관함식의 성공적 개최를 통해 우리나라는 군사외교와 문화교류, 경제적 분야에서 많은 성과를 거두었다. 같은 관함식이라고 하더라도 어떻게 준비하고 어떻게 진행하느냐에 따라 그 성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치밀한 준비로 국제 관함식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우리 해군에 찬사를 보내며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더욱 발전하는 우리 해군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계동혁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