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몰입 유학 필리핀이 뜬다 ③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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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학의 대중화 시대가 열리면서 가장 각광을 받고 있는 곳이 필리핀 유학이다. 지난 여름 필리핀 영어 캠프 대부분이 조기 마감될 정도로 반응이 뜨겁다. 하지만 영세업체들이나 급조된 프로그램이 늘어나면서 피해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신문광고나 업체 홈페이지 광고만 믿고 참가했다간 낭패를 보기 십상이다. 페르마에듀 신동엽 대표는 “학부모 상담을 하다 보면 비용이 저렴해 필리핀에 유학을 보냈다가 학업은 고사하고 어린 마음에 상처만 입고 돌아오는 경우를 많이 접하게 된다”고 밝혔다.

■ 유학지역 깐깐히 따져라= 마닐라의 일부 부촌이나 아얄라 알라방 같은 곳은 미국·캐나다에 못지 않은 고급시설이 갖춰져 있다. 수영장이 딸린 대저택과 넓은 잔디밭이 깔려있고 학생 개인별 침대가 주어진다. 하지만 기존의 필리핀 영어학원이 운영하는 유학 프로그램의 경우 영세한 하숙집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하숙집의 대부분은 70년대 한국의 일반 가옥처럼 시설이 낡고 냉방 시설도 갖춰져 있지 않다. 신 대표는 “대나무 침대에 얇고 딱딱한 매트리스를 놓아두고 사용하게 하는 경우도 흔하다”며 “유학 보낸 부모 입장에서 낡은 침대에 아이들 두 세 명씩을 함께 재운다는 것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 강사·교육프로그램 수준도 천차 만별= 저렴한 비용을 앞세워 바기오·세부 등 필리핀 도심으로부터 5시간 이상 걸리는 중소도시에서 운영되는 프로그램이 급증하고 있다.

신 대표는 “필리핀 명문대가 마닐라에 위치하다 보니 우수한 강사들 또한 높은 급여를 받기 위해 마닐라 지역에 주로 근무한다”며 “ 도심을 벗어난 지역의 유학 프로그램을 선택할 때는 강사의 학력·전공·강의 경력 등을 꼼꼼히 따져보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소규모 학원들은 강의 경험이 전혀 없는 강사들을 사전교육 없이 수업에 참여시키기도 한다. 그는 또 “필리핀 학원 관계자를 통해 전해 들은 이야기이지만 바기오의 한 영어학원을 방문해 보니까 자신의 집에서 식모로 일했던 아줌마가 한국 아이에게 영어를 가르치고 있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 식사문제도 중요하다= 필리핀 유학을 간 아이가 살이 쪽 빠져서 돌아왔다는 이야기를 심심찮게 듣게 된다. 한국음식 전문요리사를 채용해 한국보다 더 맛있는 한식으로 세 끼를 제공하는 곳도 있지만 일반적인 필리핀 하숙집에서는 필리핀 쌀에 찹쌀을 섞은 밥을 주거나, 국적을 알 수 없는 3~4가지 반찬만 제공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또한 위생관리가 철저하지 못해 밥이나 반찬에서 벌레나 이물질이 나와 식욕을 떨어뜨리기도 한다. 식사 이외에 과일이나 간식이 충분히 제공되는지도 따져보아야 한다. 충분한 영양 공급이 돼야 아이들이 안정적으로 학업에 몰두할 수 있다.

필리핀 유학은 북미 유학에 비해 1:1 수업을 포함한 많은 장점을 갖고 있다. 하지만 검증 절차 없이 선택하면 시간과 돈을 낭비할 우려가 북미 유학보다 훨씬 크다. 신문광고나 전단에 의지하기보다 프로그램에 참가했던 학부모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어보고 결정하는 것이 가장 안전하다.

프리미엄 라일찬 기자
사진제공= 페르마에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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