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장공비 잔당 소탕작전에 칠성산 주민들 추석도 못지낼 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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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강릉시구정면어단리 칠성산 아래 마을에서 토종닭집을 운영하는 임규태(林圭泰.55)씨는 추석을 사흘 앞두고 고민에 빠졌다.
엿새째 집 앞으로 수많은 군 장병들이 지나다니고 칠성산에서 울리는 총소리는 고막을 때려 추석을 지내야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林씨는 공비들이 완전히 잡히지 않으면 자녀들에게 추석때 찾아오지 말라고 할 생각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는 민족 최대의 명절을 사흘 앞두고 있으나 무장공비 소탕작전이 장기화되면서 강릉지역에선 추석분위기가 실종됐다.
그 대신 주민사이에서는 통금실시등 준전시체제가 엿새째 계속되자 조기 귀가.과소비 억제와 수색작전을 펴는 군에 대한 적극 협조.안보의식강화등 종래와 다른 풍속도를 보여주고 있다.
경포해수욕장 인근 횟집을 포함,강릉시내 대부분의 상점은 통금실시등으로 한산하다.중앙시장등 제수마련으로 한창 붐벼야 할 재래시장도 썰렁하기는 마찬가지다.
강원도평창군 용평리조트는 공비가 침투한 지역에서 제법 떨어져있는데도 방을 구할 수 없었던 예년과 달리 70%정도만 예약돼있고 이나마 23일 오전 10건이 취소됐다.
한편 강동면.구정면.왕산면등 무장공비가 출몰할 가능성이 높은칠성산 주변지역에 조상의 묘를 둔 사람들은 성묘도 못할 형편.
구정면어단리 칠성산 인근에 아버지와 조상들의 묘를 두고 있는 김남곤(金南坤.50)씨는 22일 계획했던 벌초도 무장공비 출현으로 못한데다 성묘까지 못하게 될까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강릉=특별취재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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