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트체육 위주 정책 언제까지-메달중시 탈피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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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더이상 엘리트체육만으로는 안된다.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등한 발전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 교과서같은 「화두(話頭)」가 그럴듯하게 국민들의 귓가를 울리기 시작한지도 벌써 8년이 지났다. 88년 서울올림픽이 끝난후 생활체육진흥을 위한 논의가활발했고 정부에서도 줄곧 「엘리트체육과 생활체육의 균등한 발전」을 강조해왔지만 올림픽을 두번 더 치른 지금까지도 한국체육의근본적인 변화는 감지되지 않는다.
그러나 국가관리체제하에서 스파르타식 훈련으로 이뤄지는 엘리트체육은 애틀랜타올림픽에서의 부진과 맞물려 한계에 도달했음을 보여주고 있다.엘리트체육정책에 이끌려 일방적으로 관리돼온 선수들의 희생만으로는 더이상 국위선양도,경기력 향상도 어렵게 된것이현실이다.애틀랜타 올림픽 직후 한 체육계인사의 실토처럼 이제 한국의 엘리트체육은 종래의 국가관리 방식을 벗어나 자발적인 체질로 바뀌어야할 기로에 서게 된 것이다.
한국의 엘리트 체육이 위기상황을 맞게 된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20년전에 마련돼 선수들의 경기력 향상에 「당근」역할을해온 연금특혜가 국민의 전반적인 생활향상과 물가앙등으로 실효성을 잃었고 병역특혜도 사라져 성취동기를 유발할 요인이 자연 줄어들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메달획득을 지상과제로 삼고 선수들을 장기간 통제하는 방식은 이제 사회 전반의 변화 추세에 더이상 맞지않는구시대적인 유물이 되고있다는 사실을 무시할 수 없다.프로스포츠가 크게 활성화되면서 스포츠스타가 쏟아져나오고 거액의 스카우트비가 오가는 현실속에 엘리트체육의 주역이 될 신세대들의 의식도바뀌어 그들을 집체훈련식으로 몰고가기에는 이제 한계에 이른것이다. 그런데도 태릉선수촌에서는 예나 지금이나 「정신력」과 「헝그리정신」를 강조하는 목소리만 나올 뿐이다.문제는 생활체육 부문도 마찬가지.생활체육을 위해 마련한 근린시설들이 제대로 유지되지 못하고있으며 인식부족으로 생활체육은 여전히 일부 단체의 전유물이거나 국민의 피부에 와닿지 못하는 대상으로 여겨지고있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은 자전거의 물결이 전국을 뒤덮고 있지만 사이클로 세계를 제패하지는 못하지 않느냐」며 생활체육의 발전을 통해 가시적이고 한정적인 성과를 먼저 기대하려는 체육정책입안자들의 모순된 자세다.
체육은 국민 생활의 일부이며 사회의 건강하고 건전한 기틀을 다지는 초석으로 완벽하게 추구돼야 할 과제임을 인식하지 못하는한 한국체육은 결코 「절름발이」를 면할 수 없다.
허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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