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북한은 붕괴하는가-시기별로 살펴본 북한붕괴論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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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90년 동독이 붕괴되면서 제기되기 시작한 북한붕괴론은 옛소련의 붕괴,김일성(金日成)사망,계속되는 식량난등 북한을 둘러싼 국내외 정세의 악화로 더욱 확산돼 왔다.그러나 북한이 붕괴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라는 주장도 그에 못 지않게 대두돼온 것도 사실이다.
분명한 것은 북한이 현재 위기국면에 처해 있으며 이는 북한의붕괴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점이다.북한 붕괴론 논쟁은 시기별로 3단계로 나누어볼 수 있다.
◇동독붕괴(90년)~김일성 사망(94년 7월)이전 소련을 포함한 동구권의 몰락,한국의 대소(對蘇)및 대중(對中)수교등 북한에 극히 불리한 국제정세가 형성됐다.90년 6월 영국의 이코노미스트지는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통일된 한반도는 남한이지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이어 91 년 12월 옛소련이 붕괴되자 이같은 견해가 속출했다.
그러나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브레진스키 전 미국 대통령 안보담당보좌관은 93년 5월 『북한은 근본적으로 동독과다르기 때문에 한반도의 통일은 독일의 경우처럼 급속히 진행되지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이에앞서 서대숙(徐大 肅.미 하와이대)교수는 90년 9월 『북한사람들은 완전히 사상적으로 무장된 진짜 공산주의자들』이라면서 『북한에 동유럽과 같은 변혁이 있을것이라고 생각하면 잘못』이라고 강조했다.
◇김일성사망후 95년 수해까지 김일성 사망이전에도 「김일성이사망하면 북한은 붕괴할 것」이라는 견해는 종종 있어왔다.한 예로 도널드 자고리아(미 헌터대)교수는 91년 11월 미 하원 아태(亞太)소위원회 청문회에서 『중국과 베트남은 점진적으로 변할 가능성이 있으 나 북한은 김일성주석의 사망이후 순식간에 와해될 것』이라고 증언했다.
물론 이에대한 반론이다.
프랜시스 후쿠야마 박사는 『김일성의 죽음은 견고한 체제가 붕괴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고 언급했고,레오니드 물레친 이즈베스티야 편집부국장은 『당지도부의 쟁쟁한 인사들이 김정일에게 충성을 맹세하고 있지만 그것은 별 의미가 없고 김정 일정권은 곧붕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이 시기에 북한 붕괴 필연론을 편 전문가들은 한 둘이 아니었다.
물론 이에대한 반론이 없지 않았다.대표적 인사가 이정식(李庭植.미 펜실베이니아대)교수와 미하일 티타렌코(러시아 과학아카데미 극동연구소장)다.李교수는 40여년간 쌓아온 북한의 정치체제는 빈약한 것이 아니라고 지적하면서 『김일성 사망 후에도 북한체제는 붕괴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95년 수재이후 현재까지 김일성 사망후 김정일체제가 그런대로 유지되자 북한붕괴론은 시들해졌으나 북한이 엄청난 수해를 당한후 식량난등 경제가 최악의 상황으로 몰리면서 다시 불거졌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95년 12월 『북한은 꼭 고장난 비행기가 날아가는 것과 같다』면서 『다행히 잘 착륙하면 괜찮지만서울에라도 떨어지면 여러 사람이 죽는다』고 했다.북한이 오래가지 못할 것이라는 시사였다.
이와 비슷한 시점에 존 도이치 미 중앙정보국장은 상원정보위에서 『북한정권의 붕괴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증언했으며 3월에는게리 럭 주한미군사령관이 하원에서 『문제는 북한이 붕괴할 것이냐가 아니라 어떻게 언제 붕괴할 것이냐 하는 방 법상의 차이만있을뿐』이라고 단언했다.
그러나 브루스 커밍스(미 노스웨스턴대)교수등은 여전히 북한붕괴론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커밍스교수는 북한의 최고위층은 강력한 응집력을 보이고 있다면서 『북한은 붕괴하지 않을 것』이라고강조했다.
안희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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