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랍때 섣불리 ‘OK’ 하면 안되는 이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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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몸값을 노린 납치사건이 크게 증가함에 따라 외교통상부가 8일 ‘해외피랍, 이렇게 예방하고 대응하세요!’ 책자를 발간하며 해외안전여행 홈페이지(www.0404.go.kr) 관련 자료를 게재했다. 2004년부터 현재까지 해외에서 발생한 우리 국민에 대한 납치사건은 10개국에 걸쳐 총 25건(88명)에 달한다. 각국의 피랍 사례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납치사황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로 통일된 대응요령은 없으나 납치 효과를 감소시키고 성공적인 석방을 위해 관련자들이 취해야 하는 최소한의 조치는 필요하다.

먼저 피랍 시 초기 15~40분이 가장 위험한 시기이므로 피랍자는 가능한 빨리 자신의 감정을 통제해 자제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휴대폰을 켜두면 위치추적이 가능하기 때문에 구출활동에 유용하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납치범이 ‘석방을 위한 거래’를 요구할 경우 “우리가 그렇게 할께요” “걱정마세요” 라는 언급은 피해야 한다. 대신 “당신 말을 알아들었으니 적당한 사람에게 그 부분을 전달하겠다”고 말하는 것이 좋다. 피랍자가 납치범의 요구에 무조건 ‘OK’라고 하면 관계당국의 초동 조치가 시작됐다고 판단할 수 있다. 이 경우 납치범의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피랍자가 책임 추궁을 당할 수 있다.

또 얼굴을 노출하기 싫어하는 납치범과 눈을 마주치지 말아야 하며 신분을 숨기려는 납치범에 대해 ‘당신을 잘 알고 있다’는 인상을 주지 말아야 한다. 탈출 시도 실패시 피랍자에게 겁을 주기 위해 납치범이 폭력을 행사할 수 있으므로 성공의 확신이 있는 경우에만 탈출을 시도해야 한다. 납치범이 인적사항에 대해 질문할 경우 여권에 기재된 내용에 대해 허위 진술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남치범이 신문할 땐 종교ㆍ정치 등 논쟁을 야기하거나 몸값 상향의 빌미를 주는 사안에 대해선 답변을 회피하고 가족사항이나 건강ㆍ취미생활 등에 대해서는 가능한 협조한다. 장기간 납치상태로 있을 경우 납치범과 옷을 바꿔 입는 등의 행위는 하지 말아야 한다. 구출ㆍ석방시 ‘적’으로 오인해 혼란을 줄 우려가 있다.

이지은 기자

납치 징후 사례

-직장과 자택 주변에 낯선 인물이 있다
-자택 주변에 낯선 차가 주차돼 있다
-모르는 사람으로부터 온 우편물과 택배가 있다
-자택의 가정부, 운전기사 또는 경비원의 태도가 수상하다
-전화에 가끔 잡음이 들린다
-아무런 말을 하지 않는 전화가 늘어났다
-낯선 이로부터 교외의 별장, 관광지 등에 초대 받는다
-확실히 미행당하고 있는 것 같은 기척을 느낀다
-협박이나 현금 요구를 받았던 일이 있다
-현지의 종업원과 문제가 있었다
-낯선 경찰관으로부터 질문을 받는다
[자료:해외피랍, 이렇게 예방하고 대응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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