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광로 덕에 부자도시로 “수고했어요! 광양제철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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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광양 시내 너머 바다 쪽에 광양제철소 공장이 펼쳐져 있다. 사진 왼쪽 산 아래 건물은 광양제철소가 298억원을 들여 건립해 시에 기증한 복합체육레저문화시설인 커뮤니티센터. 광양 시민의 1인당 소득은 3만 달러 선에 이른다. [프리랜서 오종찬]


 전남 광양시에 사는 박미자(50)씨는 올 들어 뮤지컬 ‘비보이를 사랑한 발레리나’와 ‘패티김 콘서트’ 를 포함해 10편의 공연을 가족이나 친구들과 함께 관람했다. 영화도 ‘아이언 맨’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 등 개봉작을 15편이나 봤다. 박씨는 이런 문화생활을 5년째 모두 무료로 즐기고 있다.

박씨는 “광양제철소가 운영하는 백운아트홀이 있기에 누릴 수 있는 혜택”이라며 “웬만한 도시에서는 유치하기 힘든 대형 공연도 공짜로 관람한다”고 말했다.

1992년 개관한 백운아트홀은 좌석 1046개의 대극장과 대형 무대를 갖추고 있다. 해마다 오페라·뮤지컬·발레·클래식 연주회 등 20건 이상 무대에 올리고, 공연이 없을 때는 영화를 상영한다.

8일은 광양 시민의 날이다. 이날 기념식에서 POSCO 광양제철소의 허남석(58) 소장이 ‘광양시민의 상’을 수상한다. 지역경제를 활성화하고 문화·예술 발전과 시민 복지 향상에 기여한 공로다. 장명완 광양시의회 의장은 “광양제철소장의 첫 수상은 제철소가 우리 시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발전에 공헌한 점을 볼 때 뒤늦은 일”이라고 말했다.

◆도시 비중의 절반 차지=전형적인 농어촌 지역이었던 광양은 1987년 제철소가 본격 가동되기 전인 85년 인구가 6만7111명이었다. 지금은 14만1272명으로 23년 사이 배 이상으로 늘었다. 주민세를 통해 역산출한 결과 올해 시민 1인당 소득이 약 3만1000달러로, 우리나라 1인당 국민소득 2만633달러보다 휠씬 많았다.

비약적인 발전에는 광양제철소의 영향이 절대적이었다. 광양제철소는 직원만 6300여 명이다. 외주 파트너 48개 회사와 연관 업체들의 종사자는 1만2300여 명이다. 광양제철소 행정섭외그룹 팀리더인 강현수씨는 “직·간접 인구 유발효과가 시 인구의 절반에 가깝다”고 설명했다.

시 재정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막대하다. 시가 올 들어 8월 말까지 거둔 지방세 540억원 중 47%(251억원)를 제철소가 냈다. 덕분에 재정자립도가 52.2%로 전남 22개 시·군 중 1위다.

지방세 납부액은 1000억원을 넘을 전망이다. 페로니켈 제조 공장(생산능력 연 15만t)이 곧 가동되고, 세계에서 가장 큰 연 200만t 생산 능력의 후판(선박 건조 등에 쓰이는 두꺼운 철판) 공장을 7월 착공, 2010년 7월 완공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성웅 광양시장은 “후판 공장이 조선소 유치와 투자를 촉진해 총 고용 효과가 1만 명이 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과 상생”=광양제철소는 광양시 중마동에 298억원을 들여 공연장·수영장을 갖춘 커뮤니티센터를 지어 시에 기증했다. 그 덕택에 시민들은 싼 요금으로 스포츠·레저·문화 활동을 한다.

임직원들로 구성된 327개 봉사그룹이 불우 노인·장애인과 저소득 농어민들을 찾아 돕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10억원씩 들여 국악난장축제를 여는 등 문화·예술·체육사업 등에 해마다 150억원 정도씩 지원하고 있다. 초등학교 2곳, 중·고교 1곳씩을 운영하고 있기도 하다. 허남석 광양제철소장은 “기업은 이익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하는 차원을 넘어 주민들과 함께 나누면서 상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해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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