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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들 해외여행 실태.문제점-무더기 외유뒤엔 추문 봇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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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7~8월에 외국을 다녀온 의원들은 국회집계로 1백95명에 이른다.신고하지 않은 의원들까지 포함하면 대부분 외국바람을한번쯤은 쐰 것이다.물론 많은 의원들은 방문목적에 맞게 활동한것으로 관측되고 있다.그러나 이들이 무더기 해 외여행을 다녀온뒤로 의원회관 주변에서 몇몇 의원들의 추문과 다양한 해프닝이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게 마련이다.의원간 멱살잡이,보신관광,골프외유,공식일정 불발(不發)등 해외에 망신살을 뻗친 사례가 적지않은게 우리 의원외유의 오늘인 것도 사실이다.
오늘만의 일도 아니다.91년 국회상공위의 이재근(李載根.평민)위원장.박진구(朴進球.민자).이돈만(李敦萬.평민)의원등이 한국자동차공업협회와 무역협회로부터 7만7천달러의 여행경비를 지원받아 북미여행에 나섰다가 구속되는등 파문을 일으켰 다.어떤 의원은 항공기에서 맨발로 다녔고 또다른 의원은 교황을 향해 『헤이』라고 불렀다는 소문을 냈다.의원외유의 추문이 꼬리를 물어 왔지만 개선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실태=검찰은 한 중진의원이 거액의 쇼핑을 했다는 정보를 입수,부총무단 호화 쇼핑 혐의와 함께 수사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부총무단의 외유중 귀국길에 모스크바공항에서 의원들간에 고성이 터졌다.항공기고장으로 비행기가 지연되자 건설교통위소속의한 의원이 위세를 과시했다.그는 『사장이 나중에 의원회관에 찾아오지 않으면 사과를 받지 않겠다』고 고함을 질 렀다.여타의원이 이를 말리느라 몸싸움 일보 직전까지 가는 상황을 연출했고 여타 승객들은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는 것.
이들은 노르웨이에서도 의회지도자를 방문키로 약속했으나 현지에서 일방적으로 약속을 파기당해 러시아 하원운영위원장을 만난게 공식일정의 전부였다고 한다.
지난 여름 중국에 갔던 50여명의 의원들간에도 일부 의원이 곰사육농장에 들러 관광했다는 후문이 여타의원들의 입으로 전해지고 있다.의원들의 방문에 따른 현지대사관의 영접과 과잉의전등도뿌리깊다.최근 중국을 다녀온 신한국당의 한 중진 의원은 『일부의원들이 대사가 직접 영접을 하라거나 벤츠승용차를 제공하라고 요구,베이징(北京)의 대사관 고위직원이 옌볜(延邊)까지 수행하는 어처구니 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성토하기도 했다.
◇문제점=국회사무처에 따르면 의원들의 공식외유는▶65개 의원친선협회 행사▶상임위 해외시찰▶한국와 미국.유럽.중국.러시아간외교협의회 행사등 세가지다.
그러나 의원들의 방문이 공식적인 행사라고 생각하면 국회에 신고하고 경비지원을 받는다는게 현재의 모호한 규정이다.
사무처측은 『이번 부총무외유에도 국회에서 숙식비.항공비를 지원해준 것으로 알며 실제 사용내용은 방문단장으로 돈을 관리한 박주천(朴柱千)부총무만이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의원4명,10박 기준으로 항공료를 포함해 3만달러정도라 는게 사무처측의 설명이다.
의원들의 짐도 사실상 성역이다.양주1병,합계 30만원 이상인물품부터는 세관에 신고,초과분에 대한 세금을 납부해야 하나 지금껏 신고했다는 의원은 별로 없다.현지공관들의 「의원섬기기」관행도 해당상임위.상급기 관장에 대한 의원들의 보복.음해가 두려운 때문이라는게 현지 주재공관원들의 푸념이다.의원들이 본연의 목적에 맞는 외유활동은 뒷전이고 선거홍보를 의식한 사진찍기에만열중하는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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