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쟁>기업의 인력감축사태 문제없나-기업의 살아남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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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불황의 골이 깊어지고 기업수지가 악화됨에 따라 대기업의 감량(減量)경영이 본격화되고 있다.임금총액제가 검토되고 제반 경비에 대한 삭감이 구체화되고,급기야 명예퇴직의 형태로 고용조정이일어나고 있다.군살빼기의 일환인 기업의 인력감축 에 관해서는 불가피하다는 견해와 사회적 파급이 커 문제가 많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찬반 의견을 들어본다.
[편집자註] 현 한국경제의 주소는 성장 둔화.고물가.국제수지악화등 총체적 난국으로 표현할 수 있다.이러한 경제적 불황은 단순한 경기변동에 의한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근본적으로 경쟁력약화에 기인하며 결국 경제구조의 고비용.저효율에 뿌리를 두 고있다. 기업에서는 우리나라 고비용의 주범중 하나로 고임금을 들고 있으며 이를 타개치 않고는 기업의 경쟁력은 고사하고 생존하기조차 어렵다는 인식이 짙게 깔려있다.
기실 한국경영자총협회의 자료에 의하면 지난 86년 이후 10년간 국내 제조업 근로자의 연평균 임금 상승률은 16%에 이른다.이는 일본 2%,중국 14%,대만 10%,홍콩 11%등 경쟁국들에 비해 훨씬 높은 수준이다.뿐만 아니라 임 금 수준면에서도 우리의 경쟁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즉 근로자 시간당 임금을 미 달러로 비교해 볼때 한국의 7.4에 비해 싱가포르 7.2,대만 5.82,홍콩 4.82로 나타나고 있다.
비록 임금 수준이 높고 임금 상승률이 높다 하더라도 이에 상응하는 생산성이 따르면 경쟁력에 별 문제는 없다.그러나 불행하게도 우리나라의 생산성은 이에 따르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일례로 자동차 업계의 월평균 급여는 2백30 만원선으로 일본.미국의 80%에 육박하고 있다.그러나 근로자 1인당 생산자동차수는 연간 30대로 일본의 50대에 턱없이 부족하다.즉 자동차의 생산성은 선진국의 50~60%에 불과해 생산성과 연계해 볼때 우리나라 근로자의 임금은 오 히려 선진국보다 높은 셈이다.또한 이미 우리나라 제조업에서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10%를 넘어서고 있어-자동차의 경우 15%까지 달하고 있다-가격경쟁력이 더욱 떨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분명 기업이 불황타개 또는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이루어지는경영합리화는 노동측면에서 볼 때 인력구조의 탄력화다.상품시장에서 수요변동에 따라 고용량 조정 또는 임금조정이 신속히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다.일본의 경우는 주로 임금조 정을 통해,미국의 경우 일시해고등 고용량 조정을 통해 인력구조의 합리화를 꾀하고 있다.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정리해고가 아직 정착돼 있지않을 뿐더러-따라서 고용량 조정이 어렵다-근로자파견제및 변형근로시간제 부재등은 기업의 교섭력을 약화시켜 임금조정 또한 어렵게 하고 있다.
그러나 기업은 이미 한계에 부닥쳐 있다.따라서 생존차원에서 감량.긴축경영체제로 들어갔으며 이의 일환으로 인력감축을 감행하고 있다.고용보험제도가 시행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정리해고는 정착되지 않아 기업은 웃돈을 얹어주는 형식의 명예 퇴직이라는 조기퇴직을 통해 인건비 절감 차원에서 경영합리화를 하는 실정이다. 아직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서는 시장원리가 먹혀들어가지 않는 듯하나 우리나라라고 예외일 수 없다.임금의 고율상승은 고용축소로 이어지고 이에 따른 실업은 늘어가는 것이 시장원리다.
이미 이러한 현상은 사무직에서 나타나고 있고 점차 생산직에도확산되어가고 있으며 기업규모의 대소를 불문하고 전산업에 만연될것이다. 분명 기업은 생존차원에서 고임금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임금 안정,아니면 감량경영중 하나를 택할 것이다.이제 임금안정을 택할 것이냐,아니면 실업을 택할 것이냐의 선택은 노동자측,보다 구체적으로는 노조측 또는 정부정책에 달려있다.
박성준 한국경제硏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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