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나진.선봉' 불참 결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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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나진.선봉 투자포럼에 우리 기업및 정부관계자들의 참가가 결국무산됐다.북한은 당초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참가신청자들에게 초청장을 발급하겠다고 공언(公言)해 왔다.미국.일본.중국.홍콩 등 외국 참가신청자들에 대해서는 대부분 초청장이 발급됐다.그러나 유독 우리측에 대해서만 53명 참가신청자 가운데 정부및 언론관계자를 제외한 기업인 25명에게만 초청장을 보내온 것이다.
이에 따라 우리정부는 북한의 약속 불이행을 이유로 전체가 불참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 과정에서 한가지 의문이 제기된다.북한은 우리기업의 투자를진정으로 원하고 있는 것인가.북한은 유엔개발계획(UNDP) 서울사무소를 통해 『자의적 선별(選別)이 아니며 기업인을 최대한참가시키려고 노력했다』는 입장을 전해왔다.그러 나 일본참가자들가운데 정부.연구기관및 언론 관계자들은 물론 단순 관광객도 상당수 포함돼 있는 점을 보면 이것이 변명에 불과한 것임을 알 수 있다.결국 북한의 「남한정부 배제원칙」이 다시 한번 적용된것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북한은 지난 91년 12월28일 「나진-선봉자유경제무역지대」설치를 공표한 이후 나진-선봉지역개발에 나름대로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현재 북한의 개발계획은 기존 50여개 공장을 활용해위탁가공무역에 주력하고,항만및 철도를 이용한 중계수송기지 역할을 강화하며,관광단지를 개발한다는 것이다.초창기 계획은 장미빛에서 출발했지만,해를 거듭할수록 계획내용은 현실에 기초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우리기업들과의 접촉도 많이 있었다.최근에는대기업은 물론 정부출연기업과 투 자협의도 활발히 추진되는 모습을 보였다.그러나 실제로 투자가 성사된 것은 아직 없다.
북한 입장에서 나진.선봉지역개발은 김일성의 유훈(遺訓)사업이며,북한 경제현실을 감안할 때 시간을 다투는 사업이다.북한은 기업에만 초청장을 발급하면 남한은 전체가 참가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결국 우리기업이 투자하면 좋지만 우리 기업투자에 목을 매지는 않겠다는 것이 북한의 태도변화라고 생각된다.
여기에서 또 하나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북한이 어디 믿는데가 생긴것이 아닌가 하는 것이다.그동안 나진.선봉지역을 포함해북한경제 회생을 위해서는 한국자본진출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국내외의 일치된 분석이었다.그런 점에서 이번 포럼에 참가하는 일본 참가단의 면모를 주목해볼 필요가 있다.미쓰비시(三菱).미쓰이(三井).스미토모(住友) 등 종합상사가 참가할 것으로 알려졌다.정부및 은행관계자들도 참석한다.이번 포럼이 공식적 국제행사라는 점에서 이러한 형태의 일본 참가단은 단순한 참가 이상의상징적 의미를 갖는다.북한이 이 점을 믿고 있는 것은 아닐지.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본다면 우리 정부의 불참결정은 북한의 의도대로 움직인 것이 아닌가 하는 여운을 남긴다.그러나 불참결정자체는 북한의 약속불이행에 대한 항의표시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것이다.국제적으로도 충분한 명분이 있다.다만 이번 문제를 놓고깊이 고려해야 할 점이 두가지 있다.
첫째,일본및 중국의 참가인원이 수백명에 달한 반면 왜 우리는참가자수를 처음부터 53명에 국한해야 했는가.보다 유연하고 적극적인 자신감이 부족했던 점을 아쉽게 생각한다.
둘째,대북한 경협정책수립시 우리자본이 북한에 들어가지 않으면외국자본도 들어가지 않을 것이라는 기본적 사고를 고수해야 할 것인가.북한과 미국의 연락사무소 개설이 연내 성사될 가능성이 높으며,앞으로 일본과의 수교협상재개가 가시화(可 視化)하면 외국자본의 대북진출은 자동적으로 뒤따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董龍昇 삼성경제硏 수석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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