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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갚을 빚 2680억, 받을 돈 4225억 달러 … 유동성 문제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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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4198억 달러의 외채 중 갚아야 하는 외채는 2680억 달러, 우리가 받을 빚은 4225억 달러’.

정부가 5일 외채와 관련해 이런 계산서를 내놨다. 우리나라의 외채 구조를 처음으로 낱낱이 밝힌 것이다. 요지는 갚아야 하는 빚과 받을 빚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는 채권이 1545억 달러(4225억 달러-2680억 달러) 많은 순채권국이어서 외환위기가 다시 올 가능성은 없다는 것이다. 6월 말 현재 순채권이 27억 달러에 불과해 8, 9월께 순채무국으로 돌아섰다는 겉으로 드러난 통계 수치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신제윤 기획재정부 국제업무관리관(차관보)은 이날 정부 과천청사에서 “표면상의 통계 수치와 달리 반드시 갚지 않아도 되는 외채가 꽤 있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정부가 갑자기 외채 현황을 자세히 발표한 것은 이명박 대통령이 3일 “시장의 불안심리를 차단하기 위해 외환보유액과 외채 규모 실상을 투명하게 밝히라”고 지시한 데 따른 것이다.

6월 말 현재 총외채는 4198억 달러다. 하지만 이 중 1518억 달러는 갚지 않아도 되는 외채라는 것이다. 통계상 외채로 잡히고 있지만 사실상 빚이 아니라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상환 부담이 없는 1518억 달러에는 ▶조선회사 등의 환헤지 938억 달러 ▶기업들의 수출선수금 509억 달러 ▶외국인 투자 기업이 본사로부터 장기로 빌린 71억 달러가 포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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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헤지는 배를 만들어서 판 조선회사나 해외투자펀드가 환율이 요동칠 때 손해가 생기는 것을 막기 위해 미래에 받을 달러를 미리 시장에 팔아 위험을 피하는 것을 말한다. 나중에 달러를 받기 때문에 사실상 갚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어떻게든 달러를 구해 갚아야 하는 일반 외채와는 다르다.

수출선수금은 기업들이 수출을 하기로 하고 미리 받은 돈이다. 물건만 보내면 없어지기 때문에 부담이 없다. 외국인 투자 기업이 한국에서 기업을 꾸리기 위해 본사로부터 장기로 빌린 돈도 외채로 보기 어렵다.

이처럼 상환 부담이 없는 외채를 빼고 나면 기업·정부·금융회사가 갚아야 할 액수는 2680억 달러로 줄어든다.

신 차관보는 “나머지 2680억 달러 중에서도 정부 부문 외채인 631억 달러는 외화로 갚을 필요가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원화표시 국채를 외국인들이 산 것이어서 원화로 갚으면 된다는 것.

외화보유액에서 유동외채(만기 1년 이내 단기외채+앞으로 1년 안에 만기가 돌아오는 장기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 위험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정부는 해명했다. 9월 말 외환보유액은 2397억 달러. 유동외채(6월 말 기준)는 2223억 달러에 달해 외환보유액에서 유동외채가 차지하는 비중이 93% 수준이다. 이에 따라 외환보유액에서 유동외채를 빼고 나면 비상시에 쓸 수 있는 가용 외화가 174억 달러밖에 되지 않아 불안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대해 정부는 유동외채 중에 외국 은행 국내 지점이 갖고 있는 외채는 빼야 한다고 설명했다. 외은의 국내 지점은 외은 본점에서 달러를 빌려 쓴다. 외국에서 들여온 돈이어서 외채로 잡히는데, 정부는 외은 본·지점 간의 거래여서 우리가 갚을 책임이 없다고 밝혔다. 신 차관보는 “외은 지점의 빚을 빼면 유동외채의 비율은 54%로 내려간다”고 말했다.

정부는 외환보유액을 현금화하는 것도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신 차관보는 “구체적으로 밝힐 수는 없지만 2397억 달러 중 상당한 금액을 일주일 안에 현금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권혁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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