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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사람] '존 케이지' 예술세계 재조명 나선 韓人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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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1950년대 전위음악 창시자 중 한명으로 꼽히는 존 케이지가 한인이 운영하는 뉴욕 존첼시아트센터에서 새롭게 탄생한다. "이번 행사는 작곡가가 아니라 독창적인 판화작업 선구자로서 케이지를 조명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습니다. 존 케이지 재단과 개인들이 소장하고 있는 그의 종이작품 25점을 전시하는 것이죠."

7일부터 다음달 18일까지 열리는 이 전시회를 주관한 사람은 아트센터 이사장직을 맡고 있는 윌리엄 박(한국명 박준성.43.(右))씨와 설치작가 제니퍼 방(45.(左))씨다. 두 사람은 지난해 초 다섯명의 외국인과 손잡고 허드슨 강변 첼시 부두에 약 100평의 문화 공간을 열었으며 이번이 두번째 행사다.

房씨는 케이지에 대해 음악.미학.미술 등 여러 방면에서 천재성을 보였으며, 판화 작업에서도 뜨거운 차 주전자로 종이를 그을리는 독특한 스타일을 만들어낸 작가라고 설명했다. 케이지의 독창적인 예술세계는 열성 추종자 그룹을 형성했고, 그가 타계한 지 12년이 지났지만 500여명이 그를 '교주'처럼 떠받들고 있다고 房씨는 덧붙였다.

7일 오프닝 리셉션에는 특히 현대 무용의 살아있는 전설 머스 커닝엄(84)이 참석한다. 자신의 이름을 딴 무용단을 이끌고 지난달 중순 20년 만에 서울을 찾기도 한 커닝엄은 케이지의 연인이자 예술적 동반자였다. 케이지는 세계적 비디오 아티스트인 백남준과도 교우했는데, 오프닝 행사 때 백남준에 대해 쓴 케이지의 일기장도 낭독된다. 물론 케이지가 쓴 곡을 바이올린으로 연주하는 순서도 준비돼 있다.

房씨는 "케이지에 관한 모든 것을 한 자리에 모은 전시회는 지금껏 없었다"며 "그의 예술성을 추앙하는 사람들에게 더없이 큰 선물이 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朴이사장은 "케이지와 같은 저명한 작가 작품을 올려 일단 존첼시란 이름을 미국 주류 예술계에 심는 일에 주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朴이사장은 특히 아시아계 예술가를 지원하고 발굴하는 일에도 힘을 쏟을 생각이라고 말했다. 예술학교 기능도 강조한 그는 "오는 9월 러시아 4개 대학에서 디자인을 전공하는 대학원생 약 20명을 초청해 이론과 현장실기 연수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朴이사장은 삼성물산 해외 주재원(주로 중남미)으로 근무하다 오래 전부터 마음 속에 품어왔던 예술 프로모터의 길로 나섰다. 고등학교 때 이민 온 房씨는 컬럼비아대에서 경제학과 미술을 복수전공한 뒤 미술교육학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요즘은 컴퓨터용 CD를 이용한 다양한 작품 제작에 골몰하고 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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