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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쿠스틱 베스트 앨범’ 발표한 박기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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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가수 박기영(31·사진)은 시원하게 뻗는 록(‘블루 스카이’)과 감미로운 발라드(‘마지막 사랑’ ‘산책’)의 감성을 모두 갖춘 여성 싱어송 라이터다. 그가 데뷔 10년을 맞아 어쿠스틱 베스트 앨범(‘Acoustic+ Best’)을 냈다.

잔잔한 물처럼 흐르는 어쿠스틱 사운드 위에 ‘치유’라는 작은 종이배를 띄운 듯한 작품이다. 보컬을 포함한 연주자 모두가 동시에 녹음하는 ‘원 테이크(one take) 레코딩’은 어쿠스틱의 순도를 더욱 높게 했다. 신곡 ‘그대 나를 보나요’ ‘동행’의 가사와 보컬은 이별의 아픔에 고통받는 이들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듯하다. 그가 앨범에 치유의 메시지를 담은 것은 지난해 봄 다녀온 스페인 산티아고 여행의 영향이 큰 듯 했다.

“10년간 음악을 했지만 순탄하지는 않았어요. 소속사와의 문제로 3년간 무대에 못 오른 적도 있어요. 타의에 의해 소속사를 6번이나 옮겨야 했죠. 산티아고 순례여행은 내게 음악과 인생의 빛을 보여줬어요. 그 ‘치유’라는 선물을 음악을 통해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습니다.”

그는 산티아고 여행을 다녀와서 최근 책(『박기영씨, 산티아고에는 왜 가셨어요?』)을 내기도 했다. 이번 앨범은 책에 담긴 단상을 음악으로 옮긴 작품인 셈이다. 앨범 작업을 함께 한 밴드의 이름은 ‘페레그리노’(스페인어로 순례자라는 뜻)이고, 앨범의 마지막 곡은 ‘카미노’(길)다.

그가 어쿠스틱에 도전한 것은 올 4월 EBS의 음악 프로그램 ‘스페이스 공감’에서 선보인 언플러그드 음악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기 때문. 공연 만으로 끝내기는 아쉽다는 주위의 권유에 따라 어쿠스틱 앨범을 내게 됐다.

“우리는 모두 아날로그적인 존재잖아요. 어쿠스틱은 가장 아날로그적이고 인간적인 음악이죠. 앨범을 만들면서 정말 살아있는 음악을 한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타이틀곡 ‘그대 나를 보나요’는 소설가 신경숙의 ‘리진’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노래다. 슬픔, 이별과 관련된 단어를 전혀 사용하지 않고도 이별의 슬픔을 극대화한, 완성도 높은 발라드곡이다.

후배 가수 호란과 함께 부른 ‘동행’은 허락되지 않은 사랑을 하는 모든 연인들에게 바치는 ‘헌정사’다.

“스팅, 사라 맥라클란 등은 음악으로 사람들을 감싸 안아요. ‘당신만 아픈 게 아니라 우리 모두 아파요’라고 말해주죠. 그런 치유야말로 뮤지션의 임무가 아닐까요.”

그는 3,4일 서울 삼성동 백암 아트홀에서 데뷔 10주년 공연을 한다. 기존 히트곡 뿐만 아니라, 네 곡의 팝을 관객에서 선사한다. 그 중의 하나가 머라이어 캐리의 ‘히어로’다.

“‘히어로’는 나를 음악의 길로 이끈, 의미있는 곡이에요. 처음 알앤비 곡에 도전하는데 무척 긴장되네요. 아바(ABBA)의 노래 중에서는 ‘댄싱 퀸’을 선택했습니다. 아바를 몰랐다면, 아마 알앤비 가수가 됐을지도 몰라요.(웃음)”

정현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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