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깃대종살리기><기고>백두대간은 '민족의 생명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6면

산은 우리 민족에게는 생명탄생의 기원지이자 생명력 유지의 근원이요,생명의 끝으로 기능해왔다.예부터 산은 경외(敬畏)와 숭배의 대상이었지 오늘날과 같이 정복의 대상은 아니었다.
그러나 근래 경제개발과 소득증대에 따라 산을 개발하고 이용하려는 경제.사회.문화적 요구가 많아지고 이를 충족시켜 가는 과정에서 산하(山河)는 처참하게 파괴되고 더럽혀지고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우리의 산과 강을 전통적인 지리적 인식체계에서 재조명하고 재정립하려는 논의가 일부에서 행해지고 있다.18세기 후반 실학자인 신경준(申景濬)은 우리나라의 산과 물줄기의분포를 정리한 『산경표(山經表)』를 저술했다.
『산경표』에서는 우리 국토를 백두대간.장백정간,그리고 13개의 정맥으로 구분해 표기했다.특히 백두대간은 휴전선 이북의 해발고도 2천이상의 고산들과 휴전선 이남 1천5백이상의 산들이 대부분 포함돼 있는 한반도의 등줄기며 생명선이다.
백두대간은 생태지리적인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산줄기다.
첫째,백두대간은 우리나라의 주된 산들이 자리잡고 있는 한반도의 지붕이며 4대강을 포함한 많은 하천의 발원지로서 생명력이 시작되고 이어지는 중심지다.
둘째,백두대간의 고산지대는 매우 손상받기 쉽고 불안정한 생태계를 이루고 있어 일단 훼손되거나 파괴되면 원상복구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더디다.따라서 가능하면 온대지방의 전형적인 자연생태계로 영구히 보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셋째,백두대간은 지질시대 이래 냉하기와 간빙기가 교차할 때마다 동식물들의 이동통로 혹은 피난처로 이용돼 오늘날 생물종의 다양성을 있게 한 모태(母胎)다.백두대간을 포함한 우리 국토의어느 산자락과 물줄기도 단견적인 사회의 요구와 개인적 욕구를 충족시켜주는 대상이 아니고 자연의 위대함과 섭리를 배워야 할 수련의 장으로 새롭게 접근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공우석 경희대교수 지리학과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