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매물은 눈에 안 차 … 버블 세븐 지역도 ‘급급매물’ 수두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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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 A아파트 앞. 이 일대 부동산중개업소 창문엔 ‘급급매물’ ‘2년 전 시세로 매도’ 등의 문구가 적힌 안내문이 빼곡히 붙어 있었다. 정상 시세보다 1억~2억원 싼 급매물도 적지 않았다. 공인중개사 박모씨는 “얼마 전만 해도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싼 물건이 많이 나오지만 매수 문의는 뜸하다”고 말했다. 인근의 다른 공인중개사는 “정부가 양도소득세·종합부동산세 등 부동산 세금을 완화하고 있지만 시장은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서울 강남구 등 노무현 정부 때 ‘버블세븐’으로 지목된 지역의 아파트 값이 계속 하향세다. 올 들어 강세를 보여온 서울 강북 지역도 오름세가 꺾이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가 국내 증시를 덮치면서 매수 심리가 더욱 위축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급급매물=지난해 초 11억8000만원까지 오른 서울 잠원동 한신21차 132㎡는 요즘 9억7500만원으로 떨어졌다. 서울 문정동 올림픽훼미리 142㎡도 9억7000만원 선으로 1년 반 만에 3억6500만원가량 하락했다. 문정동 삼성공인 관계자는 “올 들어 시장이 계속 침체된 데다 해외 악재까지 터지면서 매수세가 얼어붙었다”고 말했다.

강남권 재건축 시장의 풍향계 역할을 하는 대치동 은마 102㎡는 연초에 비해 5000만원 떨어진 9억3000만원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개포동 개포공인 채은희 사장은 “고가 아파트가 많은 지역에서 세금 완화 ‘햇살’보다 침체 ‘한파’가 더 기승을 부리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 남부 지역의 집값 오름세를 주도했던 용인도 사정이 비슷하다. 신봉동 LG신봉자이 1차 109㎡는 올봄보다 8000만~1억원 내린 4억5000만원짜리 매물이 나와 있다. 6억원까지 올랐던 성복동 경남아너스빌 109㎡도 최근 4억6000만~4억9000만원 선으로 떨어졌다. 신봉동 L공인 관계자는 “주인들이 시세보다 1억원 이상 싸게 내놓은 ‘급급매물’이 많아 수천만원 싼 ‘급매물’은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고 말했다.

그나마 상승세를 유지해 온 서울 강북권의 분위기도 달라지고 있다. 상반기에 월간 최고 6% 넘게 치솟았던 노원구가 지난달에는 제자리 걸음을 했다. 중계동 건영3차 105㎡는 5억5000만원으로 1주일 새 500만원 떨어졌다. 은평구 수색동 샘공인 김충권 사장은 “주택경기만 아니라 나라 경제 전체가 불안해 보이는 상황에서 큰돈을 들여 집을 사려는 사람이 없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하락세 당분간 이어질 듯=당분간 고가 주택을 중심으로 하락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유엔알컨설팅 박상언 사장은 “미국 금융위기 파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아무도 모른다”며 “집값이 더 떨어질 수 있다는 심리가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경제연구원 박덕배 연구위원은 “집값이 떨어지고 있지만 여전히 소득수준에 비해서는 높은 상태이고, 대출 규제로 돈을 빌리기도 어려워 부동산 세금을 완화한다고 수요가 늘어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추가 규제완화에 나서고, 경기불안이 가라앉으면 집값이 반등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국민은행 박합수 부동산팀장은 “지역적인 편차는 있지만 인기 지역에 아직 주택이 부족하기 때문에 대출·재건축 등의 규제가 완화되고, 경기불안이 진정되면 매수세가 살아날 것”이라고 말했다.

 조철현·함종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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