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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엔 간여않고 주로 자문役-기업마다 고문모시기 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8면

금호그룹은 최근 몇달새 그룹 고문으로 세사람의 전직 고위관리를 영입했다.
6월에 황인성(黃寅性)전총리,7월에 이승윤(李承潤)전부총리를,9월에는 임인택(林寅澤)전교통부장관을 고문으로 앉혔다.
이로써 금호는 최창락(崔昌洛)전동자부장관을 포함해 총리.부총리.장관출신인 모두 4명의 고문을 갖게됐다.
다른 그룹들도 전직 고위관료를 영입하는 사례가 부쩍 늘었다.
지난해는 LG가 정영의(鄭永儀)전 재무장관,한보는 이희일(李熺逸)전동자부장관,한화는 박종석(朴鍾奭)전 은감원장을 각각 영입했다. 올해는 삼성물산이 신국환(辛國煥)전 공진청장,쌍용이 윤수길(尹秀吉)전 특허청차장을 데려왔다.이밖에 롯데는 유창순(劉彰順).노신영(盧信永)전총리를 일찌감치 그룹 고문으로 맞았다.
이들은 각 그룹에서 고문 또는 경제연구원 회장이란 직책을 주로 맡고 있다.경영일선에는 간여하지 않으며 대부분 그룹회장의 자문역이 주된 역할이다.
또 그룹에 사무실이 있지만 매일 출근하지는 않는다.외부인사와의 만남은 중요 일과중 하나다.그룹에 나와도 경영일선과 관련한공식회의에는 참석치 않는다.주요 사안이 있을때 별도 채널을 이용해 오너회장들이나 최고 경영자들과 의견을 나눈 다.
이들은 그룹경영과 직결되는 정부정책의 입안.집행과정을 잘 알고 있다.특히 정부 고위층의 인사.정책기조 변화가 있을때 큰 힘이 된다.폭넓은 인맥을 활용해 관련 정보를 신속히 감지할수 있기 때문.또 그룹의 신규.주요사업에 대한 관계( 官界)의 반향도 알아봐 자칫 관-재계 로비스트라는 눈총도 받는다.고문으로영입되면 사무실과 비서.차량이 주어진다.대개 장관급이상은 부회장.회장급,차관급은 사장급 처우를 받는다.
이들 고문과 그룹 최고경영자와의 친분은 필수적.무슨 얘기건 거리낌없이 나눌수 있어야 한다.때로는 외부에 노출돼서는 안될 깊숙한 논의도 이뤄진다.
이 때문에 오랜 교분이 있거나 친구.동향출신 관료를 고문역으로 맞아들이는 사례가 태반이다.
영입케이스는 크게 세가지로 나뉜다.
첫째,그룹과 직접적인 연관을 맺었던 경우다.금호 黃고문은 아시아나항공 초대회장을 지내다 관계에 들어갔다.문민정부 초대총리를 맡았다가 물러난뒤 다시 고문이 됐다.
두번째는 그룹 최고위층과의 친분때문에 영입된다.대부분이 여기에 속한다.
LG 鄭경제연구원회장과 한화 朴그룹부회장은 그룹 최고경영진과동향.鄭씨는 구자경(具滋暻)그룹명예회장과 동향인 경남진양출신.
具명예회장은 재무관료 鄭씨를 눈여겨 보다 그룹경영을 구본무(具本茂)현회장에게 물려준 직후인 95년 직접 초빙했다.
한화 朴부회장은 김승연(金昇淵)그룹회장과 동향인 충남보령출신.金회장이 『동향사람인데 그룹경영을 도와달라』고 권유해 지난해영입됐다.한화의 금융부문 총괄과 그룹경영의 자문역을 맡았다.
그룹 최고 경영자와의 개인적 친분이 깊은 사람도 있다.금호 李고문은 박성용(朴晟容)명예회장과 서강대 교수를 함께 지냈으며崔고문은 朴명예회장과 서울대 동창이고 미국유학도 같이 한 친구사이.이들은 朴명예회장과 박정구(朴定求)현회장을 수시로 만나 그룹경영 전반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다.
세번째는 관련분야 전문가 영입케이스.동아 朴고문,삼성물산 辛고문,쌍용 尹고문등이다.동아 朴고문은 재무부 차관.증감원장.손해보험협회장등 금융분야의 굵직한 경력을 살려 동아의 금융사업에대해 최원석(崔元碩)그룹회장을 깊숙이 조언한다.
삼성물산 辛고문은 상공부에서 뼈가 굵은 통상통.무역.통상분야에 밝아 올 8월 상사부문 고문으로 영입했다.쌍용정유 尹고문은정유정책 전문가.11년간이나 동자부에서 석유관계 일을 맡았다.
박영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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