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難 극복 무력감빠진 與黨-경제위기 닦달뿐 妙案 없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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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즘 신한국당의원들이 모이면 빠뜨리지 않는 얘기가 바로 갈수록 꼬여가는 경제문제다.정부쪽에 채근하는 당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그러나 뾰족한 대책은 없다.당은 그래서 깊은 무력감에빠져들어가고 있다.
30일 당 대표실 주변에서 몇몇 의원들이 모인 자리에선 『미국의 경우 국내총생산(GDP)성장률이 2%미만이면 차기대선에서현직대통령은 여지없이 낙선했다』는 얘기가 나왔다.
92년 당시 조지 부시 대통령이 빌 클린턴 후보에게 패배한 것도 바로 이 통계법칙이 적용됐다는 것이다.결론은 『경제상황이계속 이 정도면 차기정권 재창출에 적잖은 걸림돌이 될 수있다』는 우려였다.
황병태(黃秉泰)국회재정경제위원장은 아예 『고비용 저효율의 해소여부가 차기정권 재창출의 최대관건』이라고 단정한다.
黃의원은 『한가로이 대권주자 논의만 하다가 이 난국을 풀지 못하면 현 정권자체가 엄중한 도전을 받을 수있다』고까지 위기감을 표출한다.
이홍구(李洪九)대표는 30일 당정회의에서도 『지구당개편대회를다녀보니 경제지표들이 좋지 않은 점을 국민이 많이 걱정하고 있더라』며 『경제난국을 극복할 방향과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정부측을 다그쳤다.
그러나 머리를 맞댄 당과 정부는 여전히 묘수를 찾지 못하고 있다.그 요인에는 경제적 논리와 정치 논리가 얽히고 설켜 있다.특히 임금.금리.지대의 고비용 문제에서는 더욱 그렇다.
당의 한 고위정책관계자는 『내년 대선을 앞두고 당이 어떻게 임금억제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느냐』고 고충을 털어놓았다.이 관계자는 『부실경영이 명백한 중소기업은 자연히 도태되어 일정부도율을 유지하는게 시장경제의 법칙이지만 당으로서는 무조건 대출확대의 소리만을 낼 수밖에 없다』고 한다.
특히 단기적인 경기회복.증시부양책등 충격요법을 쓰지 않는다는큰 경제원칙이 서있는 상황이다.이상득(李相得)정책위의장은 『금리를 대폭 낮추기 위해 유일한 방안인 통화량을 늘릴 경우 바로물가인상으로 연결된다』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물가인상은 당장 서민들의 반감(反感)을 고조시켜 당이 가장 꺼릴 수밖에 없게 된다.딱 부러지는 대책이 나올 수가 없는 셈이다. 문제는 또 있다.정부에 「경제위기 해결」을 채근만 할뿐 정치권이 분담해야 할 고유의 역할조차 못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제기되고 있다.수출은 줄고 수입은 느는 현실에서 사회전반의「과소비억제」 분위기 조성,불요불급한 각종 경상비 억 제등 정치권의 선도(先導)움직임이 전무하다는 불만이 정부쪽에서도 터져나오고 있다.물론 이에는 『해외여행등 과소비 지적에 총대를 메봐야 크게 득될 일이 없다』는 정치권의 계산도 깔려있다.
신한국당은 9월3일 정부측 종합대책이 발표되는 이후인 6일 李대표가 당차원의 위기대책을 발표할 예정이다.그러나 내년대선등정치적 손익계산을 최대한 배제하지 않는 한 특효약을 찾아낼 수있을지 여전히 미지수다.
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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