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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힐러리의 '변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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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하나 값으로 두개를」.92년 대선때 빌 클린턴이 내건 일거양득(一擧兩得)론이다.클린턴을 뽑아주면 자신만큼 유능한 부인 힐러리를 덤으로 얻는다는 구호였다.이 선거구호에 값할 만큼 퍼스트 레이디가 된 힐러리는 동분서주하면서 「백악관 의 여제(女帝)」「위험한 진보주의자」라는 칭호를 얻었다.
『내가 당선되면 부통령관저를 폐쇄해 예산절감을 하겠다.』이번대선에 나선 공화당 봅 도울 후보의 말이다.유능한 부인 엘리자베스가 부통령 몫을 할 터이니 부통령관저가 뭐 필요하냐는 조크다.하버드 법대 출신에 장관 경력의 엘리자베스 또한 힐러리 못지않은 성공한 여성이다.이번 미국 대통령선거는 두 후보의 경쟁만큼 퍼스트 레이디 경쟁이 치열하다.전당대회에서 후보 연설보다두 「여성후보」의 동정에 미국민들은 더욱 관심이 높다.
27일 시카고 전당대회에 나선 힐러리는 예상을 뒤엎는 「변신」을 보였다.공격적이고 화려한 연기를 예상했던 힐러리는 조용하고 잔잔한 미소로 가족의 가치와 가정지키기를 위한 의료보험 개혁과 사회보장제 확대를 위해 남편 클린턴의 재선을 호소했다.잘난체 설치는 여성이 아니라 조용한 아내,현명한 어머니,유능한 전문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준 성공적 변신이라고 평가받고 있다.
선거전략상 이미지 변신이겠지만 조용한 아내를 요구하는 미국인들의 요구에 순응했다는 사실은 성공한 여성이 넘어야 할 벽이 그만큼 높다는 것을 뜻하기도 한다.
최근 작가 이문열이 가정은 감옥,남편은 폭군,자식은 족쇄라고여기는 여성해방론자들을 준열하게 나무라는 이색적인 소설 『선택』을 발표했다.자기성취 열풍에 휘말린 주부들이 서투른 예술가 흉내를 내거나,뒤늦게 가망없는 학문에 뛰어들거나 ,여류사업가 꿈에 젖는 풍조를 개탄하고 있다.
자기성취와 가정지키기는 병존관계가 될 수 없는가.여성의 성공은 가정 아닌 사회에서만 성취돼야 하는가.직장과 자기성취에 성공하면서 충실한 가정을 지키는 일은 그토록 어려운 것인가.여성의 자기성취를 위해 남성과 남편이 해야 할 일은 무엇인가.
미국같은 여성해방구에서도 조용한 아내 이미지가 선거전에서 약효를 받는걸 보면 우리네 여성의 자기성취와 가정지키기는 더욱 어려울 것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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