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향대, 학과 이름 바꾼 뒤 경쟁률 5배로 뛰고 인재 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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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향대 유전공학과는 지난해 생명공학과로 이름을 바꿨다. 좁은 의미의 유전공학보다는 넓은 의미의 생명공학을 지향하자는 취지에서였다. 개명(改名) 덕분이었을까. 2006년 2.9대 1이었던 정시모집 경쟁률이 16.9대 1로 뛰어올랐다. 김경자(학과장) 교수는 “신입생의 평균 입학성적도 많이 향상됐다”며 “너도나도 생명공학이란 이름을 다는 이유를 뒤늦게 알았다”고 말했다. 순천향대는 생명공학과 외에도 해양생명공학과와 의료생명공학과 등 ‘생명공학과 삼형제’가 있다.

생명공학과만큼 가계도(家系圖)가 복잡한 학과도 드물다. 2001년 김대중 정부가 ‘6T(IT·BT·NT·ET·CT·ST) 육성계획’을 발표하면서 생명공학(BT·바이오기술)이 뜨기 시작했다. 이후 우후죽순처럼 생명공학과가 생겨났다. 화학공학에서 갈라진 생물공학이 생명공학의 이름을 달기도 했고, 미생물학·생화학에서 응용에 초점을 맞춘 연구자들이 생명공학 안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그러다 생물학과의 맥을 잇는 생명과학과와 응용 중심의 생명공학과로 가닥이 잡혔다.

우리나라 최초의 생명공학과는 연세대에서 생겨났다. 식품공학과가 1997년 생명공학과로 개칭했다. 72년 KAIST(카이스트)가 대학원 과정에 생물공학과를 개설한 뒤 생물학과와 통합해 생명과학과가 됐다. 인하대·아주대는 생물공학과가 생명공학과로, 경북대는 미생물학과·유전공학과·생화학과가 생명공학부로 합쳐진 경우다.

학생 충원에 어려움이 적은 상위권 대학은 기존 학과 체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경향이 있는 반면 지방으로 갈수록 학과의 명칭 변경이 잦은 편이다. 서울대의 한 교수는 “공대·자연대·농생대 등 관련 있는 대학들이 모두 다 ‘생명공학과’란 이름을 쓰고 싶어 해 아무도 독점하지 말자는 일종의 묵계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POSTECH(포스텍·옛 포항공대)·KAIST는 생명과학과만 있을 뿐 생명공학과는 없다. 생명공학을 활발히 연구하고 있지만 단일 학과로는 생명공학과를 두지 않고 있다. 화학생물공학부(서울대), 생명화학공학과(KAIST)처럼 화학공학과 안에서 생명공학 연구를 진행한다.

이선복(화학공학과) POSTECH 교수는 “학부 수준에서 생명공학을 가르치기란 어렵다”며 “학부에서는 기초학문을 배우고 대학원에서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차원에서 생명공학을 공부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해 생명공학과를 따로 만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앙일보 대학평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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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중앙일보 대학평가팀>

▶ 종합평가=강홍준 기자(팀장), 김경진·이에스더 기자
▶생명공학(공학·자연계열)=선승혜 기자
▶ 생명공학(농학계열)=최익재 기자
▶ 경영전문대학원(MBA)=박수련 기자

대표 e-메일 주소 : univ@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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