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 선거비 규명 한계와 문제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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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23일 발표된 선거비용 실사 결과는 선거 때마다 단속 엄포만놓던 과거와는 완연히 달라진 중앙선관위의 모습을 보여주었다.그러나 4.11총선의 돈선거및 총선후 축소신고에 대한 일반의 체감지수를 돌이켜볼 때 크게 미흡한 것도 사실이다 .
무엇보다 선관위가 적발한 법정선거비용 초과 총액이 29억원에불과하다는 점에서도 선관위 실사의 한계를 실감케 한다.웬만한 후보자 1명이 뿌린 실질적 비용이 그 정도였다는 것은 정치권의공공연한 비밀이기 때문이다.또 축소.허위신고 시비에 과연 몇명이나 떳떳할 수 있겠느냐는 원천적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을고려할 때 지역구 당선자 2백53명중 고발.수사의뢰 20명 역시 성에 안찬다.
광범위하고 뿌리깊은 탈법 선거풍토에 비해 대처하는 장치는 그만큼 허약하다는 반증이며 선거제도의 원천적 구멍을 반영하는 것이다. 고발대상 현역의원 20명중 비용 실사의 주대상인 선거비초과혐의자는 5명에 불과하다는 점도 이번 선관위 실사의 문제점으로 꼽힌다.더구나 최욱철(崔旭澈).김화남(金和男).이기문(李基文)의원은 검찰이 이미 기소한 의원들이다.
이들을 제외하면 비용 초과로 적발된 의원은 김윤환(金潤煥).
박구일(朴九溢)의원등 2명뿐이다.나머지 15명은 선거비용 실사과정에서 부수적으로 적발된 기부행위등 불법선거운동 혐의자들이다. 통합선거법중 벌칙조항이 가장 무섭다는 법정선거비용 초과자가상대적으로 적다는 것은 검찰의 처리결과에 따라서는 태풍이 「미풍」이 될 가능성을 어느 정도 내포한 셈이다.
특히 선관위는 신고누락 혐의자들에 대한 조치기준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그동안 누락액이 1천만원 또는 법정선거비용 제한액의 15%이상인 경우 고발대상이라는 말이 흘러 나왔지만 정작 발표땐 이를뺐다.선관위측은 『아직 밝힐수 없다』 고만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조치기준은 매우 중요하다.법정선거비용 초과자야 당연히 고발대상이다.반면 초과는 안됐지만 단순히 신고를 누락한 경우 얼마 또는 어느 정도의 실수가 선관위 자체조치인 경고대상자인지 현재로선 알수 없다.
때문에 이 부분은 검찰 수사에서 다른 기준이 적용될 경우 기소여부에도 영향을 미칠수 있는 대목이다.선관위의 한 관계자도 『기준 잣대가 검찰과 선관위간에 다를 수도 있다』고 말해 그 개연성을 인정했다.또 법정비용 범위내에서 철두철미 하게 짜맞춘후보는 비켜가고 상대적으로 돈을 적게 썼으면서도 신고서류를 허술하게 꾸민 후보만 「덤터기」를 쓰게 된 꼴이란 지적도 많다.
실사의 기술적인 측면에서 수사권이 없는 선관위 직원들이 법정에서 요구하는 증빙자료를 얼마나 수집할수 있었겠느냐의 문제점도제기되고 있다.이제 이 모든 숙제는 검찰로 넘겨졌다.
박승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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