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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배 세계바둑 예선 결산-이변 속 신예강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바둑승부는 90%의 실력과 10%의 운이 좌우한다고 한다.
지난 12~16일 한국기원에서 열린 제1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대회 예선전은 이러한 통설이 정확하지 않다는 것을 증명해주었다.한국프로기사 70명(1차예선 통과자와 6단이상)과 외국프로기사 22명,아마추어 2명등 94명이 난생 처 음 뒤섞여 격돌한 이번 예선전은 문자 그대로 이변의 연속이었다.
실력이 아주 강한 기사들은 불운에도 끄떡하지 않았는데 그들의수효는 94명중 2~3명에 불과했다.이번 대회는 14장의 본선티켓이 걸려 있었기에 14개조로 나뉘어 치러졌다.
추첨과정에서부터 희비가 크게 엇갈렸다.
조별로 승부 결과와 이변의 주인공들을 알아본다.
▶1조=이번 대회 최대 이변의 무대.96세계아마추어선수권자인류쥔(劉鈞)아마7단이 6명의 프로를 제치고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2조=한국기사만 7명이 만나 결승에서 서능욱(徐能旭)9단이 홍태선(洪太善)7단에게 반집으로 역전승했다.洪7단은 삼성화재배 주요대국을 해설하는 MBC 신설 바둑프로의 고정진행자를 맡은 것이 심적 부담이 된듯.
▶3조=1회전에서 한국기원의 주호(酒豪)이자 이창호(李昌鎬)9단의 첫번째 스승인 전영선(田永善.47)7단이 중국의 3인자차오다위안(曹大元)9단을 격파해 큰 화제가 됐다.젊은 시절 난전에 능해 「전류(田流)」라는 단어까지 탄생시킨 田7단이지만 최근엔 건강때문에 일선에서 거의 물러난 상태였다.3조에선 일본의 강자 고바야시 고이치(小林光一)9단이 결승에서 백성호(白成豪)9단을 누르고 올라갔는데 田7단이 결과적으로 고바야시를 위해 큰일을 해준 격이 됐다.
▶4조=유럽대표 롭 반 제이스트(네덜란드)아마7단,김학수6단,안조영(17)3단,고마쓰 히데키(小松英樹)9단,저우준쉰(周俊勳)4단,조대현8단,허장회8단등 7명이 만났다.첫날의 1회전에서 제이스트 아마7단이 김학수6단을 꺾어 유럽대표 가 국제대회사상 최초로 동양의 프로기사를 이기는 기록을 세웠다.이어 대만의 신예 周4단도 예상을 뒤엎고 趙8단을 물리쳤고 한국의 신예安3단도 일본의 강자 고마쓰9단을 꺾어 기염을 토했다.安3단이許8단을 물리치고 한국의 신예중 유 일하게 본선진출에 성공했다. ▶5조=약체의 한국기사들 틈에서 일본의 신인 야마다 기미오(山田規三生)7단이 행운을 잡았다.
▶6조=일본의 천원(天元)타이틀보유자였던 가타오카 사토시(片岡聰)9단이 한국의 신예 이상훈3단과의 사투에서 승리.
▶7조=과거 세계대회에서 이창호9단을 꺾은 전력이 있는 중국의 사오웨이강(邵偉剛)7단,여류 이정원초단,장두진6단,미국대표차민수4단, 김석흥초단,최근 상승일로의 김동엽6단,일본의 왕밍완(王銘琓)9단이 맞붙었다.王9단이 金6단에 패 배해 머리를 쥐어뜯으며 괴로워하는 장면을 연출했다.하지만 세계대회 8강 전력의 車4단이 의외의 힘을 내며 邵7단과 金6단을 연파하고 본선에 올랐다.
▶8조=중국의 실질적인 2인자 류샤오광(劉小光)9단이 기대를걸었던 한국의 신예 김승준4단과 김명완2단을 일축.그러나 劉9단도 2회전에서 정대상6단의 강펀치에 걸려 다 졌다가 반집 역전승으로 소생하는등 진땀을 많이 흘렸다.
▶9조=이름이 전혀 생소한 중국의 우자오이(吳肇毅.31)9단이 한국의 김원6단,장수영9단에 이어 막강한 일본의 아와지 슈조(淡路修三)9단마저 제치는 이변을 연출했다.광둥(廣東)출신의吳9단은 13세때 바둑학교에 들어가 15세때 국 가 집훈대(集訓隊)에 뽑혀 프로생활을 시작했으나 국제대회는 이번이 처음.
▶10조=역시 무명인 중국의 위핑(余平)5단이 노영하8단,임선근8단에 이어 일본의 야마시로 히로시(山城宏)9단마저 물리치는 대이변을 연출했다.중국은 실력이 엇비슷한 무명의 강자가 허다하다는 사실이 이번에 입증됐다.
▶11조=일본의 고바야시 사토루(小林覺)9단이 김덕규7단과 박진열6단을 편하게 제쳤다.
▶12조=이홍렬6단,유건재7단,오규철6단,윤기현9단,하찬석8단,유병호7단등 한국기사 7명이 만나 일명 「행운의 조」로 꼽힌 이곳에서 최고령(53)인 尹9단이 저력을 과시하며 세계대회본선 첫출전의 기쁨을 누렸다.
▶13조=김수장9단이 강훈8단에 이어 최근 잘나가는 최명훈5단마저 제쳤다.
▶14조=대만 출신의 일본기사 양자위안(楊嘉源)7단이 황원준8단에 이어 백인 중에서 가장 센 미국의 마이클 레드먼드7단마저 꺾었으나 중국 본토출신에 호주 국적인 한국기사 우쑹성(吳淞笙)9단에게 덜미를 잡혔다.
박치문 전문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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