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경우 월등히 앞선 1위 은행이었지만 최근 2~3년간 신한·우리의 추격을 받으며 격차가 많이 좁혀졌다. 이를 다시 벌리기 위해선 외환은행 인수가 필수적이다. 또 국민은행은 소매금융에선 강점을 지니고 있지만, 외환·기업금융이 상대적으로 보완해야 할 분야다.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규모도 늘리고, 이 같은 약점도 커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규모로만 보면 하나은행이 국민은행보다 더 절실하다. 3강 은행과 자산 규모 격차가 100조원이 이상 벌어졌다.
하지만 두 은행은 공식적으로는 일단 신중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강정원 국민은행장과 김정태 하나은행장은 “관심은 있지만 론스타의 입장 등 상황을 지켜보며 신중하게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구용욱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두 은행이) 관심을 보일수록 가격만 높아질 뿐”이라며 “가격을 낮추기 위한 의도된 신중함”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농협·산업은행 등도 잠재적인 외환은행 인수 후보자다. 다만 농협은 외부 투자 한도를 제한한 농협법을 고치지 않으면 다른 투자자와 컨소시엄 형태로 인수에 나서야 한다. 민영화를 앞둔 산은도 시중은행이 필요하지만 민유성 행장은 “매수자들이 많은데 국책은행까지 나서 값을 올리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였다.
일러스트=강일구 ilgoo@joongang.co.kr
관건은 정부의 방침이다. 현재 정부는 일반 기업도 은행의 지분을 상당 규모 사들일 수 있도록 금산분리 규제를 완화하기로 큰 방향은 정해 뒀다. 앞으로 이 작업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은행이 은행을 먹어 메가뱅크가 될 수도 있지만, 대기업이 은행산업을 좌우할 수도 있다. 현실적으로도 국내 은행보다 자금동원력이 나은 대기업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재벌이 산업은행을 갖는 것은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한 바 있다.
그렇더라도 이미 외환은행이 매물로 나온 상태에서 기존의 국내 금융사들만으로는 대형 국책은행의 민영화 지분까지 소화하기엔 역부족이란 시각이 많다. 이 경우 또다시 해외 펀드나 외국 금융회사가 국내 은행을 차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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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 진출 가속화=지난해 이후 국내 은행들은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적이었다. 국민은행은 올 3월 5200억원을 들여 카자흐스탄의 6위 은행인 뱅크센터크레디트(BCC)의 지분 30%를 획득했고, 2년 내 20.1%의 지분을 추가로 사들일 계획이다. 이 계약은 국내 은행의 해외 진출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하나은행은 중국 진출에 열심이다. 이 은행은 올 7월 21억6000만 위안(약 3200억원)을 들여 지린은행 지분 19.67%를 사들였다. 지린은행을 중국 동북 3성 진출의 전략적 교두보로 활용하겠다는 게 하나은행의 계획이다.
앞으로는 외환은행 인수전에서 한 발 비껴 서 있는 신한·우리은행이 해외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신한은행은 올 6월 미국 현지법인인 신한뱅크아메리카를 통해 지역은행인 노스애틀랜타내셔널뱅크(NANB)를 인수했다. 이어 러시아의 파이낸셜스탠더드커머셜뱅크(FSCB) 인수 협상을 진행 중이다.
정부가 지분 매각을 추진 중인 우리은행은 상대적으로 해외 진출에 소극적이었지만 이팔성 우리금융지주 회장과 이종휘 은행장의 취임 이후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이 회장은 “우리투자증권이 유럽 지역의 투자은행(IB) 인수를, 우리금융지주는 미국의 지방은행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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